"공급 과잉·실수요 실종"…지방 주택시장, 구조적 위기 직면

전국 미분양 80%, 지방 집중…악성 미분양 2년 새 3배 증가
"단기 정책만으론 한계…실수요 창출 위한 파격 지원책 절실"

대구 앞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구 도심 전경.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지방의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주택 재고가 다시 늘면서 시장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대규모 공급과 실수요 실종, 인구 유출, 경기 침체, 분양가 상승 등이 맞물리며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신축도 계약 전무"…실수요 이탈 가속, 시장 불안 고조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2244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약 80%에 해당하는 4만 8961가구가 지방에 집중돼 있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은 2만 2589가구로, 최근 2년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충북·대구·부산·경남·충남·강원 등이 대표적으로 악성 미분양 지역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미분양'까지 고려하면 실제 상황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현장 공인중개사들은 시장 전망을 두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대구 남구 남영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축 아파트도 초기 계약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지역을 떠나는 가구가 많아 전세·매매 모두 수요가 동반 감소해 미분양 해소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 지방 중견건설사 임원은 "대구와 부산 등은 공급에 비해 실수요가 급감하고, 최근 분양가 인상까지 겹쳐 실제 분양을 받을 여력이 크게 줄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융경색까지 겹쳐 신규 사업 착공 결정이 매우 신중해진 분위기"라고 우려를 내놨다.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히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미분양 매입 8000가구 확대…정책 총동원에도 단기 해소 난망

정부는 이런 구조적인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직접 매입, 취득세·양도세 감면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책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매입 규모를 3000가구에서 8000가구로 확대했고, 2차 매입부터는 감정가 90%까지 상한가를 올려 건설사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LH는 매입한 주택을 분양전환형 임대주택으로 활용해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시세 대비 90% 수준의 전세로 최대 8년간 거주 후 분양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인구감소·비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1가구 1주택자가 구입할 경우 각종 세제 특례와 종부세·취득세 감면 등 지원도 확대됐다. 임대용 주택에 대한 취득세 50% 감면, 비수도권 개발부담금 100% 감면 등 거래 활성화와 공급 확대 정책도 병행되고 있다.

이같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지방 미분양 사태는 구조적 수요 부진에 뿌리를 두고 있어 단기 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방 미분양은 장기간 지속된 구조적 수요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정부의 정책적 노력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방의 실수요를 살리려면 시장 기대를 넘어서는 보다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