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단추 끼운 LH 개혁…'땅 장사' 대신 공영 개발 속도낸다
개혁위원회 출범 '사업·기능·재무 재편' 손질
"과한 공공개발은 수익 약화…재무건전성 회복과 상충"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반에 대한 본격적인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사업 구조 전반과 기능, 재무를 전면 손질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공기관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LH 개혁위원회 출범을 위한 민간위원회 위촉식을 열었다. 위원회는 제도 개선과 법령 정비 등 실행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개혁 방향은 '사업 개편·기능 재정립·재무·경영 혁신'이라는 세가지로 요약된다.
정부가 가장 먼저 손보려는 부분은 LH의 사업 구조다. 이재명 대통령은 토지를 매각하는 '땅장사'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LH는 택지를 조성한 뒤 매각해 얻은 수익으로 손실이 불가피한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메워왔다. 정부는 이 방식이 수익을 위해 택지를 비싸게 팔게 만들고, 결국 집값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LH는 2013∼2022년 10년간 여의도 14배 면적 규모의 택지를 78조 원에 매각했다.
대안으로는 공영개발 방식이 거론된다. 택지 조성과 개발, 시행을 LH가 담당하고, 민간은 시공만 맡는 구조다.
일부 전문가들은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임대하는 방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LH는 3기 신도시 하남교산지구 특별계획구역 공모사업에서 토지임대부 방식을 검토하는 등 처음으로 매각이 아닌 임대를 고려하고 있다.
조성에 필요한 자금은 주택도시기금 대출이나 채권 발행으로 마련하고, 임대료 수익으로 장기간 상환하는 방식이 활용될 수 있다.
LH의 기능과 역할도 조정된다. 공적 기능을 강화하고 업무 범위를 효율화해 주거안정을 실현하는 방향이다.
그동안 LH는 신규 택지 개발, 공공주택 공급뿐 아니라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까지 폭넓게 담당했다. 앞으로는 공공주택 건설·공급 등 핵심 업무에 집중하고, 일부 기능은 지방 공기업이나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토지주택은행을 설치해 토지와 공공임대주택 자산을 관리하고, LH는 공공 디벨로퍼로서 택지 조성과 주택 건설만 전담하게 하는 방식도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은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과거 "토지주택은행을 설치해 토지와 공공임대 주택 등을 공공의 자산으로 비축한 후 관리하도록 하고 LH 조직은 공공디벨로퍼로서 핵심 업무만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무 건전성 회복도 주요 과제다. 지난해 말 기준 LH 총부채는 160조 1000억 원으로, 1년 새 7조 2000억 원 늘었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2028년에는 226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건설·매입임대 사업에서만 연간 2조 원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공영개발 방식과 재무 건전성 회복은 상충될 수 있어, 균형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싱가포르 사례(HDB·Housing and Development Board)를 보면 공공주택 공급이 전체의 약 65%에 달하지만, 연간 7조 4000억 원을 국고에서 보전하고 있다.
특히 공공에서 공급하는 주택 규모가 매년 2만 가구 안팎인 싱가포르와 달리LH가 연간 10만 가구 이상 공급하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축소 방안도 쉽지 않다. 집단에너지시설과 경기 성남시 LH 경기남부지역본부(오리사옥) 매각 등이 잇따라 실패한 사례가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정부는 공공개발을 요구하면서 재무 건전성 회복도 주문을 하는데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며 "LH가 맡고 있는 과도한 정책 사업과 수익성이 있는 사업은 추진하게 하면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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