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4.5일제 시기상조"…공기 지연·비용 상승 우려
주 6일 근무해도 실제 작업일 4일…단축 시 안전·품질 악영향
"공기·공사비 현실화가 먼저…안전은 규제보다 예방이 해답"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잇따른 산업현장 사고로 정부의 '4.5일제' 도입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건설업계는 인력 의존도가 높은 업계 특성상 제도 도입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근무시간 단축이 안전관리와 생산성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여러 건설사를 비롯해 업계 전반이 정부의 4.5일제 도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4.5일제와 관련된 질문에 "그동안 양으로 승부해 왔는데, 이제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줄여 워라밸을 보장해야 한다"며 점진적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노란봉투법, 건설안전특별법 제정과 함께 4.5일제 도입을 검토를 병행하며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4.5일제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공정 지연과 그에 따른 공사비 상승, 안전·품질 관리 어려움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수주 공사의 경우 공기와 공사비를 계약으로 정한다. 근로시간이 단축된다면 공기가 늘고, 건설사는 인건비와 공사비 부담을 고스란히 책임지는 구조다.
야외 작업이 많은 건설 현장은 날씨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해 연장근무 및 야간근무가 불가피하다. 주 6일제가 일반적인데, 실제 작업 일은 4일에 불과하다.
공기를 무리하게 맞추려다 보면 안전, 품질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냉정하게 현재 제도와 시스템으로는 주 5일제도 지키기 어렵다"며 "공기를 맞추려고 무리하다 보면 사고 위험이 오히려 커진다"고 토로했다.
규모가 작은 중소 건설사의 경우 제도 영향이 더 크다. 인력과 자금이 부족해 근로 시간 단축이 곧바로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업무 생산성을 그대로 보장할 수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4.5일제를 도입하면 안전, 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건설업계는 근로자 처우 개선과 산업의 장기적 발전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주 4.5일제를 안착시키려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는 공공 및 민간 발주처의 공기와 공사비 산정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근로 시간 단축에 앞서 적정 공기와 공사비를 현실화해야 안전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안전 문제는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충분한 안전 예산과 체계적인 교육을 병행해야 해결된다고 지적한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실장은 "굳이 따진다면 근로일수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안전사고가 줄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 안전 교육과 예방책 마련에 힘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지금 당장 4.5일제를 도입하기보다 사회적 논의가 먼저 필요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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