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만으로는 안전 못 지킨다"…건설업계, 구조개선 촉구

최저가 입찰·공사기간 단축·불법 하도급 등 고질 문제 지적
"처벌이 만능 아니야…원인 분석 후 예방 대책 필요"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잇따른 인명사고에 대응해 처벌 강화를 예고했지만, 건설업계는 "처벌'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는 최저가 입찰제, 공사기간 단축 중심의 발주 구조, 불법 하도급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 여부를 내부 검토 중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인명사고와 관련해 법률상 가능한 제재 방안을 모두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영업정지 요청 요건을 현행 '2명 이상 사망'에서 '1명 사망'으로 낮추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처벌 강화'보다 산업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저가 투찰과 공사기간 단축 등 이윤 위주의 발주 관행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시공사는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과 안전 비용을 줄이고,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공정 압박에 내몰린다.

'속도전'이 부르는 위험은 민간뿐 아니라 공공 발주에서도 나타난다. 정책 판단에 따라 무리한 준공 시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대표적이다. 현대건설은 안전을 확보를 위해 위해 부지 조성 기간을 기존 84개월에서 108개월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컨소시엄에서 탈퇴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포스코이앤씨 송도사옥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불법 재하도급 문제도 여전히 해결 과제다.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당시에도 사고 직전 공정은 원청이 모르는 불법 재하도급으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불법하도급(일괄, 동종, 재하도급)이 적발되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지만, 원청이 모든 하도급 흐름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 중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하도급은 원칙적으로 금지지만 몰래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발주처 책임도 강화하고, 무분별한 건설업체 등록을 제한해 비전문 업체 난립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숙련공 부족도 안전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빈자리를 외국인과 고령 미숙련 근로자가 채우면서 현장 안전이 취약해진다. 특히 외국인은 언어 소통이 어려워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건설현장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14.7%였으며,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의 39.8%가 건설업 종사자였다.

또 젊은 층에 비해 신체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50~60대의 중장년층이 국내 건설근로자(66만 5698명) 중 63.7%를 차지한다. 70대 이상도 2만 3782명(3.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징벌 중심의 대응으로는 현장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처벌로 안전이 확보됐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재가 사라졌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며 "처벌만능주의는 권위주의적 국가에서나 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고 원인에 대한 근본적 분석과 예방 기준 마련이 처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