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수주액 5410억…도로공사, 50년 노하우로 K도로 수출한다

[K-건설, 글로벌 승부수]⑥ 도공, PPP·O&M으로 수주 영역 확대
민간기업 해외 진출 견인…올해 해외 수주 누적액 1조 달성 목표

편집자주 ...국내 주택·SOC 시장의 급격한 위축 속에서, 건설사들의 생존 경쟁이 해외로 본격 옮겨가고 있다. 체코 원전, 사우디 발전소, 미국 제조공장 등 전략적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지며 K-건설의 글로벌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스1'은 산업설비·SMR 등 차세대 수주 품목, 지역 다변화 전략, 정부와 업계의 협력 방안을 중심으로 우리 건설사의 해외 재도약 가능성을 살펴본다.

튀르키예 O-7(나카스-바삭세히르 노선) 고속도로. /한국도로공사 제공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민관 협력을 통한 공격적인 사업 발굴과 전략적 접근으로 대한민국(K)-도로가 더욱더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한국도로공사가 해외 인프라 시장에서 'K-고속도로' 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해외 사업 수주 누적액은 5400억 원을 웃돈다. 국내외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50년 넘게 축적한 고속도로 건설·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사업 영역은 시공감리·설계자문과 같은 단순 기술용역을 넘어 투자개발형(PPP)·운영유지관리(O&M)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의 해외 진출을 견인하고, 한국형 도로 시스템의 수출이라는 새로운 성장 축을 만들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30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1969년 설립된 도로공사는 2005년 첫 해외 사업 수주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도로공사 해외 사업 수주 누적액은 5410억 원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 세계 13개국에서 총 21건의 해외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올해 해외 사업 수주 누적액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오른쪽)이 방글라데시 N8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도공, 기술력 기반해 수주 확대…"현지에 K-운영 모델 안착"

도로공사는 상징적인 해외 사업 수주로 방글라데시 파드마대교 및 N8 고속도로 O&M 사업 등을 꼽았다. 파드마대교는 방글라데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책 인프라 사업이다. 2022년부터 5년간 1005억 원 규모의 운영유지관리를 도로공사가 단독으로 수행한다.

이 사업을 통해 도로공사는 스마트톨링·지능형교통시스템(ITS)·통합 유지관리 체계 등 국내에서 검증된 기술을 현지에 적용하며 '한국형 고속도로 운영모델'을 안착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같은 해 7월부터는 파드마대교와 연결된 N8고속도로(총연장 55㎞) 구간도 운영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최초의 유료 고속도로 운영을 맡아 하이패스 기반 영업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에 따른 통행료 누수 방지·운영 효율성 개선을 현지 정부에서 높이 평가했다.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가운데)이 해외사업 전략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도공, 경쟁 치열한 유럽 시장도 진출…"CEO가 수주위해 발로 뛰어"

도로공사의 수주 지역은 치열한 경쟁·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곳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24년 10월 도로공사는 튀르키예 나카스~바삭세히르 고속도로 투자사업의 최종 수주를 확정하면서 유럽 시장에 첫 진출했다.

해당 사업은 튀르키예 정부의 '북부 마르마라 고속도로 프로젝트' 중 마지막 8번째 구간이다. 총길이 31.3㎞에 4~8차로를 신설하고, 이후 15년 6개월간 민간이 운영한 뒤 국가로 이관되는 PPP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2조 1000억 원 수준으로, 도로공사가 참여한 해외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도로공사는 삼성물산, 튀르키예 1위 건설사인 '르네상스' 등과 함께 공동 운영을 맡으며 운영관리 전문기관으로서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당초 해당 사업은 운영관리 역량 부족으로 금융기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도로공사의 참여로 고속도로 통합운영 실적과 해외 운영 경험이 입증되면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주요 투자기관의 신뢰를 얻어 최종적으로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튀르키예는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로 꼽히는데, 이번 사업은 향후 선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 사업은 국제적으로도 성과를 인정받아 2024년 런던 PFI 어워드에서 '글로벌 인프라 딜 오브 더 이어'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는 향후 신규 시장 개척과 고부가 사업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은 취임 이후 카자흐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등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현지 정부·기업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국, 국제도로연맹(IRF) 등과 기술 협력·인적 교류를 강화해 글로벌 도로운영표준 주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은 "미국의 관세정책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해외 수주 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준비된 자에게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며 해외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hwsh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