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남 등 거래 침체…역전세 증가에 '깡통아파트' 경고등

경기 침체에 집값 하락하며 전셋값과 갭 좁혀져
"지방 중소도시 위주 깡통주택 문제 확산할 것"

공인중개사사무소 전경.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경기 침체로 지방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웃도는 '역전세' 현상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집값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지방을 중심으로 '깡통아파트' 위험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북 군산시 수송동 '군산수송세영리첼' 전용면적 84㎡는 이달 15일 2억 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같은 면적은 5월 2억 원, 3월에는 2억 2000만 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경남 김해시 삼계동 '김해북부두산위브' 전용 84㎡A 형은 최근 1억 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지만, 이달 들어 매매가는 1억 1650만 원까지 떨어졌다.

삼계동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보니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신축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구축이나 저가 아파트는 매매가와 전셋값의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도는 현상은 전셋값 급등보다는 매매가 하락이 주된 원인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1~6월 지방 아파트값은 평균 1.02%가 내렸으며, 지난해에는 0.98%가 떨어졌다.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거나 비슷한 경우 해당 주택은 통상 '깡통주택'으로 불린다. 집주인이 매도를 하더라도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더딘 지방 위주로 깡통아파트 위험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5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은 2만 7013가구로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중 약 83%에 달하는 2만 2397가구가 지방에 집중돼 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지방 중소도시는 매매 수요가 워낙 적고 임대 수요는 많은 곳인데, 매매가는 떨어지다 보니 전셋값이 이를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당장 회복 가능성이 낮아 역전세는 더 확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도 "지방은 전세 수요가 꾸준하지만 매매 거래가 드문 데다 침체가 이어지면서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며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