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가구 대단지 전세매물 0건"…서울 아파트 '가을 전세난' 예고

신규 입주물량 감소·실거주 요건 강화로 전세 매물 '품귀'
실수요자 '한숨'…이사수요 몰리면 수급 균형 붕괴 우려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아파트 매매 및 전세 매물 시세가 게시돼 있다.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감하고 실거주 요건 강화 등 각종 규제가 더해지면서 서울 전세시장이 심각한 수급난에 빠졌다. 24주 연속 전셋값이 오르는 등 주요 자치구를 중심으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입주물량 1만 5000가구→1200가구, 구조적 위기 직면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평균 0.07% 올라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상승했다.

송파구(0.27%)와 강동구(0.22%)는 서울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했고, 강서구(0.13%), 광진구(0.14%), 용산구(0.13%) 등도 전셋값 상승 압력이 커졌다. 반면, 서초구는 메이플자이 등 신규공급 효과로 유일하게 -0.18% 하락했다.

전세가격 상승의 핵심 원인은 입주물량 급감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신축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 5000가구, 내년 상반기는 2964가구, 내년 하반기는 1200가구로 우하향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여기에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실거주 요건 강화, 갭투자 감소 등이 겹치며 전세공급이 더욱 위축됐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1.6으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 특히 8월 말 여름휴가 이후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면 수급 불균형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장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5563가구)는 전용 59㎡(24평형) 기준으로 매물이 아예 없고, 인근 트리지움(3696가구)도 거래 가능한 매물은 단 한 건뿐이다.

잠실동 인근 공인중개사는 "최근 들어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희소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수요는 꾸준한데 거래 가능한 전세 물건이 거의 없어 가을철 전셋값 상승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전셋값 고공행진, 경기권까지 확산…"정책 대응 시급"

서울 전셋값 오름세는 인접 경기권으로 번지고 있다. 과천(0.38%), 성남(0.11%) 등도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집토스 분석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4215만 원 올라, 전용 60~85㎡ 실수요 구간에서 11.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마포구(15.4%), 서대문구(14.4%), 동작구(14.0%) 등 서울 주요 자치구뿐 아니라 과천(21.9%), 양주(19.3%), 구리(17.3%) 등 경기지역 역시 높은 전세가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 강화된 대출·실거주 규제, 월세 전환 등 복합적 요인으로 무주택 실수요자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지적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실거주 규제 강화와 전세물량 감소, 기존 아파트의 월세 전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무주택 실수요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서민 주거 안정성 제고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