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싱가포르'…"도시개발·미수금 리스크 없는 시장"

[K-건설, 글로벌 승부수]③ 국내 기업 수주, 1년새 2배로
도시 인프라 공공발주 집중…'중국 업체 저가공세' 과제

편집자주 ...국내 주택·SOC 시장의 급격한 위축 속에서, 건설사들의 생존 경쟁이 해외로 본격 옮겨가고 있다. 체코 원전, 사우디 발전소, 미국 제조공장 등 전략적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지며 K-건설의 글로벌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스1'은 산업설비·SMR 등 차세대 수주 품목, 지역 다변화 전략, 정부와 업계의 협력 방안을 중심으로 우리 건설사의 해외 재도약 가능성을 살펴본다.

국내 기업의 '싱가포르 수주' 현황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싱가포르=뉴스1) 오현주 기자 =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싱가포르 시장에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도시국가라는 특성상 도시개발 및 인프라 분야에서 여전히 성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특히 싱가포르는 공공이 주도하는 시장 구조 덕분에 해외 건설의 대표적인 리스크인 미수금 문제가 없고 인프라 프로젝트 비중이 커 국내 건설사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해외 시장으로 꼽힌다.

2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 업체들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수주한 금액은 9억 5810만 달러로, 전년(4억 8422만 달러)대비 약 2배 늘었다.

싱가포르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인프라에 대거 투자했던 2021년(약 20억 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최근 수주 회복세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싱가포르 '외국인 직접 투자' 확대하기 위해 철도·항만 인프라 프로젝트 지속
'싱가포르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인근 멀라이언 파크. ⓒ AFP=뉴스1 ⓒ News1

싱가포르는 약 733㎢ 규모의 도시국가로, 서울 면적의 1.2배 수준에 불과하지만,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의 중심지로 통한다.

무엇보다 외국인 직접 투자(FDI) 유치 실적이 뛰어난 국가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 FDI 순유입액은 1430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실제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확대하기 위해 고속철도, 항만, 지하철, 도시 건물 리모델링 등 도시 인프라를 확충하려는 공공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싱가포르 건설 시장은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연평균 4.1%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8월말 준공을 앞둔 싱가포르 차량기지 T301 전경 (GS건설 제공)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도 꾸준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GS건설(006360)은 싱가포르 전역을 운행할 철도차량의 성능을 시험·검증하는 종합철도시험센터(ITTC) 프로젝트를 5년간 시공한 끝에 4월 말 완공했다. 이어 8월 말에는 GS건설이 지은 전 세계 최대 차량기지인 'T301'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싱가포르 랜드마크 '마리베이 샌즈 호텔'을 지은 쌍용건설은 현대건설(000720)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톰슨 동부 해안선 지하철 308 공구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DL이앤씨(375500)는 2022년 말 싱가포르 투아스 터미널 1단계 해상 매립공사를 준공했다. 이 공사는 싱가포르가 세계 최대 규모의 항만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은 2021년 싱가포르 8번째 지하철 노선인 '크로스 아일랜드 라인' CR122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싱가포르 '공공 발주' 대다수, 미수금 이슈 없어…'중국 업체 저가 경쟁' 과제

업계는 싱가포르 공공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준공할 경우 훌륭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발주처의 시공 기준이 워낙 까다롭지만, 이를 충족해 낸 경험이 다른 고난도 인프라 수주 경쟁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공공주도 사업인 만큼, 미수금 이슈에 따른 갈등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LTA(육상교통청) 등 안전 관리와 시공 품질에 극도로 엄격하며, 부품 하나까지도 철저히 점검한다"며 "한 번 수주에 성공하면 주변국 인프라 사업 수주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싱가포르 건설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와 수주 확장이 거세진 점이 국내 건설사에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 철도 인프라 발주규모 자체가 예년보다 감소한 가운데, 중국 업체가 입찰 가격을 대폭 낮춰 너무 많이 들어와 수익성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주요 수주 분야가 특수공정이 필요한 철도 분야인데, 예전처럼 관련 분야 발주가 활발하진 않다"며 "안 그래도 적자인데, 저가 공세가 들어오면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건 맞다"고 설명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