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 흔든 6·27 규제…"후속 모니터링 시급" [박원갑의 집과 삶]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2025.7.6/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2025.7.6/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6·27 대출규제는 수도권 전세시장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기존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세가격이 일부 오를 수 있으나, 입주 예정 단지에서는 오히려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전세시장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출규제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 주택담보대출 한도(주담대)가 6억 원으로 줄고, 6개월 이내에 실입주해야 한다. 종전에는 전세 세입자를 들인 뒤 후순위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대출을 한 푼이라도 받으면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 같은 '갭투자 차단' 조치는 전세 공급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또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매매를 포기하고 전세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올해부터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든 데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세입자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전셋값이 2년 전보다 오른 상황에서 재계약 시 5% 이내만 인상하고 눌러앉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세 유통 매물이 줄면서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하면, 전세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수 있다. 전세 공급 감소보다 수요 위축 요인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으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어려워진 것도 변수다. 입주 단지에선 분양 계약자가 잔금 부족분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메우는 경우가 많다. 이때 상당수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활용하지만, 6·27 대책 이후 이 같은 목적의 대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전세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현재 전세대출 없이 계약 가능한 세입자를 찾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로 인해 고분양가 지역인 강남권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전세시장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이 역전세난에 시달릴 수 있고, 전세가격도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입주 단지에서는 보증금을 낮춘 반전세나 반월세가 확산될 수 있다.

아파트보다 비(非)아파트 전세시장의 위축은 더 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세사기 여파로 이미 경색된 빌라 전세시장에는 추가 악재가 될 수 있다.

이번 대책에서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기존 90%에서 80%로 낮아졌다. 보증 비율이 줄면 대출 한도도 축소되기 때문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야 하는 집주인들이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막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전세 퇴거자금 대출(세입자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대출) 축소도 집주인의 부담을 키운다. 6·27 대책 이전에 주택을 취득했거나 전월세 계약을 맺은 경우는 종전 규정을 따르지만, 이후 계약은 1주택자도 최대 1억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다주택자는 아예 대출이 불가능하다.

단독주택 형태의 다가구주택은 주인이 1명인 경우가 많고, 한 건물에 여러 세입자가 살고 있다. 그나마 다가구는 퇴거자금 대출이 일부 가능하지만, 공동주택인 다세대주택을 '통째로' 보유한 집주인은 다주택자로 분류돼 대출이 막힌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는 언제든 계약 해제를 통보할 수 있고, 집주인은 3개월 이내 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 반환하지 못하면 세입자는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이처럼 이번 대책으로 인해 집주인의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대책은 기존 아파트보다는 신규 분양 아파트, 아파트보다는 비아파트 전세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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