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9살' 충정 아파트, 재개발 난항…보증금 낮춰 재공고
국내 최고령 아파트…천재 화가 '김환기' 생전 거주
5월 한 차례 유찰…넷플 '스위트홈' 송강 집 모티브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2020)의 배경이자, 천재 화가 김환기가 거주했던 국내 최고령 아파트 '충정 아파트'가 다시 한번 재개발 시공사 찾기에 나섰다.
서울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인근의 '초역세권'이지만 사업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5월 시공사 선정에 실패하며 한 차례 유찰됐다.
2022년 서울시로부터 철거 판정을 받은 충정 아파트는 올해부터 주민 이주 지원에 나설 계획으로, 빠르면 내년쯤 철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로 5구역 제2지구 도시 정비형 재개발 조합은 이날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5월 첫 입찰이 무산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해당 재개발 사업은 충정 아파트를 포함한 인근 저층 주택 일대를 지하 6층~지상 28층, 192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시설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1차 입찰과 동일한 약 1314억 원이다. 다만 입찰 보증금은 기존 80억 원에서 40억 원으로 대폭 낮췄다.
재개발 구역은 충청로역 9번 출구에서 불과 100m 떨어진 일명 '초역세권'이다. 하지만 5월 마감한 첫 번째 입찰에서는 시공사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업 규모가 높지 않았던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은 강남 압구정 등 대형 사업지만 집중하는 선별 수주 기조를 보이면서다.
충정 아파트는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 지어진 국내 최고령 아파트다.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국내 최초의 아파트이기도 하다.
준공 초기에는 건축주였던 도요타 다네마쓰의 이름을 따 '도요타 아파트'로 불렸다. 입주자 중에는 화가 김환기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방 이후에는 미군 숙소로, 6·25 전쟁 뒤에는 유엔 전용 호텔로 사용됐다.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지역 유산을 지키자는 의미에서 보존하려 했으나, 안전 문제와 주민 갈등이 이어지면서 2022년 철거가 최종 결정됐다.
충정 아파트는 넷플릭스 '스위트홈' 속 주인공 송강이 거주한 낡은 '그린홈'의 실제 모델로도 주목받았다.
현재 이곳에는 33가구·총 50여 명이 살고 있으며 주민이 계속 거주하기 아주 위험한 상태다. 지난해 서대문구 안전진단 점검에서 최하 E등급을 받았고, 대피명령까지 내려진 상황이다.
이에 서대문구는 올해부터 충정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이주를 지원하기로 했다. 연내 SH(서울주택도시공사) 임대주택 또는 임시 거처 제공이 추진될 예정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무주택 세입자 약 10가구는 임대주택 이주 자격을 갖추고 있고, 나머지 주민에게는 6개월 이상 임시 거주할 수 있는 단기 거처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현재 대상자와 거주 기간 등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철거는 빠르면 사업시행인가가 내려질 2026년쯤 이뤄질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하루빨리 주민들의 이주를 위해서는 이사비를 지급해야 하지만, 현재 시공사가 선정되지 않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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