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활주로 이탈 막는다" 김해 등 8개 공항 EMAS 도입 추진

미국·일본 이어 EMAS 도입…공항 안전성 '획기적 개선' 기대
240m 안전구역 미달 공항에 설치 추진…"8개 공항 우선 검토"

2010년 미국 찰스턴 예거 공항(Charleston-Yeager Airport)에서 항공기가 이마스(EMAS)에 멈춘 모습.(미국연방항공청 제공)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가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활주로 이탈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제동장치(EMAS) 도입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현재 종단안전구역 권고 기준(240m)을 충족하지 못하는 국내 8개 공항이 우선 설치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EMAS 우선 도입 대상으로 검토 중인 8개 공항은 △김해공항(236m) △여수공항(208m) △무안공항(199m) △사천공항(122m) △포항경주공항(92m) △울산공항(90m) △원주공항(90m) △제주공항 보조활주로(90m)다.

국토부는 이들 공항을 대상으로 현지 실사를 진행 중이며 추가 토지 매입 등을 통한 종단안전구역 연장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김해, 무안, 여수, 원주 등 공항 부지 내에서 확장이 가능한 공항은 측량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현지 조사 결과 물리적으로 기준 충족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EMAS 설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MAS(Engineered Materials Arrestor System)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날 경우 특수 소재가 항공기의 하중에 의해 파괴되면서 제동력을 제공해 사고를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미국에서는 1996년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첫 설치가 이뤄진 이후 현재 67개 공항의 110개 활주로에 설치됐다. 일본과 중국 등에서도 도입됐으며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이 부족한 환경에서 유용하다.

특히 국토부는 최근 EMAS 국내 도입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3개월간 진행될 용역에는 해외 사례 조사와 국내 적용 가능성 분석 등이 포함되며, 결과는 5월 발표될 예정이다.

종단안전구역 의무 기준(90m)을 충족하지 못하는 흑산공항(50m)과 울릉공항(45m)은 용역 결과와 상관없이 EMAS를 우선 설치한다. 다만 이들 신공항의 종단안전구역 길이는 향후 EMAS 설계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

2010년 미국 찰스턴 예거 공항(Charleston-Yeager Airport)에서 항공기가 이마스(EMAS)에 멈춘 모습.(미국연방항공청 제공)
EMAS 설치비용, 해외 제작사 현지 조사 후 결정될 듯

국내 EMAS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예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토부 담당자는 "EMAS 제작사가 국내 현지 실사를 통해 설계를 진행해야 정확한 설치 및 유지관리 비용을 산정할 수 있다"며 "폭과 길이, 강도 등을 측정한 뒤 예상 비용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 업체로는 미국의 Runway Safe Group, 중국의 Hangke Technology 등이 거론된다.

국토부는 다음 달 '항공안전 혁신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1월 구성된 전문가 TF의 해외 사례 분석 결과와 함께 대략적인 EMAS 도입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구체적인 국내 도입 방안은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추후 발표될 계획이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EMAS는 활주로 이탈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으로 이를 통해 국내 공항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며 "제주항공 참사와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항공안전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