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8000가구' 노후청사 공급한다더니…11개월째 근거법도 없다
9·7 대책 핵심사업…본회의 석 달째 계류 '첫발도 못 떼'
文정부도 34곳 중 2곳 입주…주민 반발·지자체 갈등 '숙제'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정부가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2030년까지 수도권에 2만 8000가구를 공급하겠다며 내놓은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이 11개월째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사업의 근거법이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도 석 달째 국회 본회의에 묶여 있어서다.
법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령 제정과 유예기간 등을 감안하면 실제 공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도 같은 방식의 사업을 추진했지만 8년간 성공률이 6%에 그친 만큼, 공급 확대의 성패는 입법뿐 아니라 실행력 확보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도심 내 주택공급을 위한 노후 공공청사 등 복합개발 특별법'은 준공 30년이 지난 공공청사와 유휴 국·공유지를 헐어 청사와 공공주택을 함께 짓는 복합개발을 중앙정부 주도로 추진하기 위한 제정법이다.
정부는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이 사업을 발표했고, 같은 해 12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재정경제부·국토교통부 장관이 공동으로 복합개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신설되는 범부처 심의기구가 개발 필요성을 의무적으로 검토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수도권 노후 공공청사를 복합개발해 2030년까지 2만 8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법안은 지난 4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야당 불참 속에 통과했고, 5월 초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수정 의결됐다. 그러나 아직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석 달째 계류 중이다. 여야 대치로 본회의 일정도 불투명하다. 설령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공포와 부칙상 유예기간, 시행령 제정 절차 등이 남아 있어 실제 사업 추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
특별법의 핵심은 인허가 절차를 일괄 처리하는 데 있다. 국토부 장관이 사업계획을 승인하면 도시관리계획 변경과 개발행위허가, 건축허가,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등을 별도 절차 없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지자체와 관계 부처로 나뉘어 있던 인허가를 중앙정부 승인으로 묶고, 용적률 완화와 재정지원 특례도 함께 적용한다.
다만 법이 시행된다고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은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이미 추진됐던 사업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2017년부터 같은 사업을 추진해 34곳을 후보지로 선정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입주를 마친 곳은 2곳뿐이다. 8년간 성공률이 6%에 그친 셈이다. 청사 소유 기관의 과도한 개발이익 요구와 주민 반발, 지자체의 소극적인 협조가 매번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500가구 이상 규모로 착공한 곳도 서울 강서구 마곡 미매각 부지 한 곳에 불과하다.
법이 통과되더라도 과거 사업처럼 주민 반발과 지자체 협조 부족 등을 넘지 못하면 공급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밖에 공급 물량이 지나치게 잘게 쪼개져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9·7 대책에서 새롭게 발굴한 34곳의 평균 공급 규모는 약 300가구 수준이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쌍문동 교육연구시설(1171가구)이고, 송파우체국은 51가구에 그친다. 청사 부지 상당수가 저층 주거지에 있어 고층 주상복합이 들어설 경우 일조권과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주민 반대가 반복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중앙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의 사업 방식이 지자체와 인근 주민의 반발을 불러 계획보다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에도 똑같은 사업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관련법 하나 만든다고 지자체와 주민이 순순히 따라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공급 대책은 여러 차례 발표됐지만 실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결국 공급 확대의 성패는 새로운 대책을 내놓는 것보다 기존 대책을 얼마나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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