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부동산 정상화의 정공법, 결국 공급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저희가 간과했던 부분입니다."
어느 정부 당국자가 털어놓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강화'에 대한 뒤늦은 후회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당시 집값 상승의 발원지로 지목된 재건축 투기를 잡겠다는 의도였으나, 화살은 엉뚱하게도 공급으로 향했다. 규제의 명분은 선명했을지언정 결과적으로 도심 내 신축 아파트 공급의 씨를 말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부작용은 시장의 심리를 건드렸다. 공급이 끊길 것이라는 공포는 대기 수요자들을 자극했고, 패닉 바잉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서울·수도권 집값은 폭등했다. "버티면 이긴다"는 학습효과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졌고, 부동산 불패 신화는 더욱 공고해졌다.
현재 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부동산 정책의 방향은 명확하다.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자신의 SNS(X)를 통해 "부동산 정상화는 계곡 불법시설 정비보다 쉽다"며 "시장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정부에 맞서지 말라는 말도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왜곡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고강도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최고 82.5%라는 유례없는 세율이 적용된다. 규제의 사정권은 다주택자를 넘어 고가 비거주 1주택자까지 전방위로 확대될 조짐이다. 보유세 인상 등 세제와 금융을 총망라한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 본궤도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이재명 정부 정책이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고 성공하려면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은 지속적이고 가시적인 공급 시그널이다. 지난해 '9.7 공급 대책'과 올해 '1.29 도심 공급 대책'을 잇는 추가 대책은 물론, 기존 계획의 속도감 있는 집행이 필수적이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1만 가구와 수도권 핵심지 30만 가구 조기 착공 등이 실제 수치로 증명되어야만 정책의 신뢰 자산이 쌓인다.
부동산 시장은 수만 명의 이해관계자가 얽힌 거대한 심리적 생태계다. 정부 대책이 때로 풍선효과를 부르고 시장의 냉소를 사는 이유는 심리라는 변수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시장 정상화의 마침표는 결국 규제가 아닌 예측 가능한 공급 로드맵이 찍어야 한다. 공급이 빠진 규제는 시장에 공급 차단으로 오해받기 쉽고, 규제 없는 공급은 투기 세력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과거 재건축 규제가 불러왔던 공급 절벽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재명 정부는 규제의 칼날과 함께 수요자가 원하는 공급 대책을 동시에 내놓아야 한다. 정책의 목적은 시장과의 승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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