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신혼인데 수방사 사전청약 못 넣는 이유는?[부동산백서]
화제의 한강 변 공공 분양, 흥행 몰이는 했는데…정책 목표는?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역대 최고 화제의 공공분양 동작구 수방사 사전청약이 내주 개시됩니다. 특별공급 대상자는 오는 19~20일, 일반공급은 21~2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청약센터 모바일앱이나 사전청약 누리집을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당첨자 발표는 7월 5일입니다.
한강 바로 앞 노들섬과 사육신 공원 사이에 위치하고, 용산·여의도·강남·종로 등 주요 업무 지구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한 '최적의 입지' 신축 아파트를 시세보다 70~80% 저렴한 가격에 입주할 수 있다는 건 누구에게든 꿈같은 일입니다.
군 시설이었던 수도방위사령부 부지에 2027년 입주 목표로 조성될 해당 단지는 전용면적 59~74㎡ 총 556가구 규모로 구성됩니다. 이 중 평수가 상대적으로 큰 전용 74㎡는 208채 전체가 군 관사로 공급되고, 전용 59㎡에 대해 일부 행복주택 물량을 제외한 255가구가 공공분양 사전청약 물량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현재 시세로 추정한 전용 59㎡ 분양가격은 8억7225만원. 저렴한 건 아닌데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많이 오른 점을 감안하고 인근 아파트 가격과 비교도 해보면 '가성비(가치 대비 성능)'가 좋지요.
그냥 살아도 좋지만, 전매제한 기간이 3년뿐이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만 통과되면 매매도 가능해집니다. 바로 옆 위치한 아파트 동일 면적 실거래가가 13억원대임을 감안하면, 최소 5억원(집값이 더 오른다면 그 이상)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원래 2021년 말 문재인 당시 정부의 신혼희망타운으로 공급 예정이었는데 미뤄지더니, 결국 윤석열 정부의 공공주택 '뉴:홈' 정책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이번 수방사 사전청약으로 뉴:홈 정책 자체는 확실히 흥행몰이에 성공한 셈이 됐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번 공급을 통한 정책 목표는 잘 달성될까요?
이번 청약 신청자 특징을 다양하게 반영한 가상의 인물들 사정을 통해 한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김개천(32)씨는 어릴 적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시골 할머니 손에서 컸다. 영민하고 성실해 공부를 잘했고 서울 국립대 장학금을 받아 일찍 학업을 마친 뒤 대기업에 취업했다. 시골 할머니께 매달 충분한 생활비를 보내드리면서도 악착같이 적금과 주식으로 돈도 모았다. 지난해 드디어 연봉 1억을 찍었다. 이제 여자친구와의 결혼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2. 이평범(34)씨는 2년 전 결혼하고 사는 게 부쩍 우울해졌다. 결혼 전엔 회사까지 30분 내 출근이 가능한 동네 원룸 월세를 살았는데, 이제 경기도 작은 신도시에서 매일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1시간 30분을 통근길에서 보내고 있다. 신혼집은 여러모로 맘에 썩 들지 않는데도 집값이 어찌나 비싼지 매월 나가는 전세대출 이자가 아깝기만 하다. 팍팍한 생활에 아기 갖기도 두렵다.
#3. 나블링(27)씨는 해외 유학 중 만난 남편과 마포 한 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다. 정확히는 이모 명의로 된 엄마 집이다. 아빠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시고 엄마는 부동산 투자자다. 여의도에 사무실을 둔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데 급여는 많지 않지만 일도 적어 만족스럽다. 남편의 사정도 비슷해 함께 취미인 승마와 테니스를 즐긴다. 두 사람 다 형제는 없고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
이 세 명이 수방사 아파트 사전 청약을 할 경우 당첨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나블링씨입니다.
총 255가구가 공급되는 사전청약 공급호수 중 70%인 특별공급 물량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중에서도 각 51가구로 모집 인원이 가장 많은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항목 중 어느 것이든 지원할 조건을 '서류상으로' 갖췄습니다.
특히 특공의 까다로운 소득기준을 충족하는 다른 청년들은 추정 분양가인 4억 대출 외의 나머지 금액을 조달하는 게 어려워 청약을 포기할 수도 있는데, 나블링씨에겐 문제가 되지 않죠.
김개천씨는 소득 기준(월평균 소득 130% 이하)도 초과하는 데다 아직 미혼인 탓에 특공을 넣을 수 없습니다. 어차피 소득 때문에 못 넣지만 생애최초란 이름으로 나온 특공도 혼인 중이거나 미혼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아이러닙니다. 김씨는 일반공급 물량 79채 중 청약저축 총액이 2000만원을 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선공급 대상 64채를 제외한, 15채 추첨을 노려야 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자 버리는 셈 치고 주식과 적금 대신 청약저축에 돈을 더 넣어둘 걸 그랬습니다.
이평범씨는 전후 사정이 어떻든 주민등록상 경기도민이기 때문에 어떤 부문으로 청약을 넣든 서울시민에게 80~100% 우선 공급되는 이번 분양 당첨을 기대하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추가로, 가상 인물에 설정하진 않았지만 특공 조건을 갖춘 잠재적 당첨자 176명이 현재 소득으로 중도금과 잔액을 납부할 수 있을지, 대출받더라도 그 이자를 감당하며 제대로 된 소비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부는 올해 1월 '공공분양주택 정책 뉴홈'을 발표하면서, "서민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덜어주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선정 취지에 대해서는 "청년과 서민 등 정책 수요자들에게 친숙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누구나 살고 싶지만 '그림의 떡' 같은 공공주택을 조금 풀어 정책 친숙도는 확실히 달성한 것 같습니다만, 평범한 청년과 서민(국어사전 의미 1. 아무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지 못한 사람, 2.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의 주거 솔루션도 될 수 있을지는, 아리송합니다.
뉴홈 첫 공급이었던 고양창릉 사전청약에 부부합산 소득이 기준치에 걸려 가점이 깎였다는 박모(35세·남성)씨는 "소득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시세보다 80% 낮은 분양가'의 짐 크기와, 그보다 소득 형편이 조금 더 나은 사람은 더 비싼 아파트를 사야 해 감당하는 짐 크기가 똑같다"며 "모두가 자기 소득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비싼 아파트에만 살라는 건데, 빌라는 다 사기 같아 믿을 수 없고 지금 전셋집도 연장하면 보증금 차액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토로했습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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