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층?70층!' 마천루 꿈꾸는 서울…고민할 과제는 무엇?[부동산백서]

강남·여의도 11개 단지가 초고층 재건축 추진…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첫 부결' 사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 단지 모습. 2023.5.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 과거 한강을 끼고 조성된 아파트 단지 일대가 재건축을 앞두고 시끄럽습니다.

63빌딩보다 조금 높거나 낮은 '마천루'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가 번지는 건데요. 서울 고층 빌딩이 많긴 해도, 기대가 실현된다면 수십 개동 대단지 아파트가 초고층으로 조성되는 건 처음이 됩니다.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바람은 지난해 3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으로 시작됐습니다. 여러 내용이 있지만 부동산 시장 최대 관심사는 층수 제한, 이른바 '35층 룰' 폐지였습니다.

앞서 박원순 전 시장이 2014년 수립한 '2030 서울플랜'은 한강변 제3종일반주거지역 높이를 지상 35층 이하로 제한했는데, 오 시장이 취임 직후 뜯어고친 겁니다.

다만 층수를 높이더라도 건물 용적률을 상향하는 게 아니라, 같은 밀도에서 건물 높이를 달리해 배치되도록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강 건너편에서 볼 때 지금의 성냥갑 같은 천편일률적인 스카이라인을 조화롭게 바꾼다는 구상입니다.

정책 발표 전부터 여의도 등 지역 재건축조합이나 추진위원회와 소통해 공공기여 비율과 소셜믹스 등에 협조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참여를 유도해 왔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중구 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서울 전역에 일률적‧정량적으로 적용됐던 ‘35층 높이기준’을 삭제하고, 유연하고 정성적인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2022.3.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그 결과 이제 '한강변 초고층 랜드마크'로의 탈바꿈 여부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구축 아파트 단지마다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서초구에선 △신반포2차(50층) △서초 진흥아파트(59층), 강남구 △압구정 2~5구역(49~70층) △대치 미도아파트(50층),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50~70층) 그리고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65층) △한양아파트(54층) △대교아파트(59층) △진주아파트(58층) △삼부아파트(56층) △공작아파트(56층) 11개 단지가 마천루 구상을 추진 중입니다.

일부 단지는 최고 70층까지 추진, 단지 안에만 최대 10000가구가 주거하는 '미니 신도시'까지 꿈꾸고 있습니다.

다만 대단지 고층아파트 구상을 두고 '장밋빛 미래'만 꿈꿔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존 35층과 49층, 50층 이상으로 층이 오를수록 공사비와 규제 정도, 기술 등에 있어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건데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조합은 지난 16일 총회를 열고 기존 35층 설계를 49층으로 상향하는 안건을 투표에 부쳤지만 반대 다수로 부결됐다. 사진은 조합원들에게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제시한 자료. ⓒ News1 최서윤 기자

일단 공사비는 크게 자재비, 장비비, 인건비로 나뉘는데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잿값이 고공행진하면서 평당 건축비가 700만원(국토교통부 가이드라인 기본형 건축비, 3월 1일 기준)으로 올랐습니다. 곧 평당 건축비 1000만원, 자칫 1500만원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규제의 경우도 50층(또는 200m) 이상부터는 건축법상 초고층 건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피난시설 설치 등 의무 사항이 수십 가지로 늘고, 재난관리특별법 등 관계되는 법률도 역시 수십 가지로 늘게 됩니다.

국내 대형건설업체에서 토목 직종으로 국내외 현장을 돌며 20여 년을 근무한 업계 한 전문가는 "우리 건설사들이 초고층 건물을 지어 봤다고 해도 이렇게 대단지 아파트를 초고층으로 조성하는 건 전무후무한 사업"이라면서 "엄청난 기술력이 필요한 일이다. 만에 하나 한 곳 현장에서 안전사고라도 나면 나라가 뒤집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대단지 아파트 재건축이 길게는 수십 년씩 걸리는 이유는 여러 주민 간 의견을 모으고 사업 비용을 감당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사 결정 지연으로, 기술적 이유 등으로 공사기간이 지연되면 수십억씩 늘어날 이자 비용도 조합원들이 감당해야 하고요.

막상 공사해보니 처음 계산보다 공사비가 많이 들거나, 또 다른 팬데믹이나 전쟁 등 대외 요인으로 낼 돈이 늘어도 이 부담은 조합 몫이 됩니다. 잘해봐야 이 부담을 나중에 일반분양가격에 전가할 수 있을 것이고요. 올 초 여러 단지에서 시공사가 늘어난 공사대금을 지급하라고 키 불출을 하지 않고 주민들의 입주를 가로막은 사태는 유명했지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조합은 지난 16일 총회를 열고 기존 35층 설계를 49층으로 상향하는 안건을 투표에 부쳤지만 반대 다수로 부결됐다. 사진은 조합원들에게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제시한 자료. ⓒ News1 최서윤 기자

결국 이 같은 난제를 모두 고려한 끝에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지난 16일 조합 총회를 열고 '서울시 35층 층수제한 폐지에 따른 설계변경(기존 35층→49층으로 상향) 진행의 건'을 찬성 634표, 반대 1297표, 무효 및 기권 49표로 부결 결정했습니다.

한강변 재건축 단지의 마천루 시도 중 조합원 의견으로 부결 결정된 첫 사례로, 향후 다른 단지의 의결 과정에서도 중요한 참고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2040년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어떤 모습이 될까요?

sab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