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직방 견제하던 공인중개사협회, 다방과 '연합전선' 나서나

한공협 이사회, 다방과 전략적 업무협약 체결 건 상정
“한공협 거대화로 소비자 선택권 축소 등 부작용 우려”

사진은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2022.8.2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과 갈등을 빚었던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가 업계 2위인 다방과 연합전선을 구축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공협이 이사회 안건으로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과의 업무협약 체결 추진 안건을 상정해서다.

당장 한공협은 다방과의 기술 협력 등으로 그동안 정체됐던 자체 부동산 플랫폼 ‘한방’ 운영과 직방에 대한 견제 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방에 밀려 업계 2위에 머물고 있는 스테이션3도 한공협과의 공존이 장기적으로 사업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테이션3과의 전략적 협력과 새대한공인중개사협회 흡수 등으로 한공협 자체가 거대화 집단으로 탈바꿈하면서 소비자 선택권 축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직방 등이 포함된 프롭테크 업계(기술 기반 부동산서비스)에서는 그동안 다수의 부동산 플랫폼 업체를 상대로 고소 등을 제기한 한공협과 스테이션3의 업무협약 추진설 자체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공협은 긴급이사회를 개최하고 ‘스테이션3(다방)과 전략적 업무협약 체결의 건’을 의결한다. 한공협 관계자는 “이사회에 다방과의 업무협약 안건이 상정돼 있는 건 맞다”며 “상세 내용은 따로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무협약 안건인 만큼 양측이 어느 정도 구체화된 내용을 바탕으로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했다. 스테이션3 측은 “관련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프롭테크 업계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프롭테크업계 한 관계자는 “한공협과 스테이션3이 업무협약할 경우 외부적으로는 부동산 플랫폼 등을 포함한 프롭테크 업계가 한공협의 법정단체화 등을 찬성한다는 시각으로 비칠 수 있지만 정작 관련 업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공협이 법정단체화에 필요한 협회 단일화를 위해 새대한의 해산·청산 비용 25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내부 진통을 겪고 있음에도 일단 법정단체화라는 목적을 위해 소수 의견을 묵살한 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이들의 행태로 반추해 봤을 때 프롭테크업계와 한공협의 상생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임의설립단체인 한공협을 법정단체로 만들고, 공인중개사가 개설등록을 할 경우 협회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협회 내 윤리규정을 만들고 회원을 지도·감독할 수 있도록 하고 협회에 거래 질서 교란 행위 단속권도 준다. 회원이 법을 위반할 경우 협회가 시·도지사와 등록관청에 행정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법안을 두고 프롭테크 업계에서는 회원 징계 권한 등을 이용해 회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제2의 로톡’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한공협 관계자는 “부동산 플랫폼은 협회 회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인데 당연히 상생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프롭테크 업계를 나쁘게 하기 위해서라면 이사회에 이 같은 안건이 논의조차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선택권 박탈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공협은 이익단체인데 이들에게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는 건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데 관련 산업 발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집단이 거대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더 축소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그동안 다윈중개·우대빵 등 프롭테크 기업과 분쟁한 한공협이 지금 시점에서 스테이션3과 업무협약을 맺는 자체가 이상하다”며 “한공협이 운영하는 플랫폼 한방과 스테이션3이 운영하는 다방이 커지고 나머지는 고사하면서 업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hwsh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