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교류하는 지역사회안전망"…'LH작은도서관'이 살린 단지 내 공동체

의무시설에서 주민행사·문화강좌 이뤄지는 커뮤니티공간으로
LH "공동체 활성화 거점 되도록 체계적 지원책 마련"

LH 햇볕뜰 작은도서관 사서로 근무했던 장이나씨.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작은도서관'은 500세대 이상 임대단지 내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는 주민 복지시설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300세대 이상의 공공임대 단지 대부분이 작은도서관을 갖추고 있다. 이 점에 착안해 LH는 작은도서관을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에서 단지 내 마을공동체가 살아나는 거점 공간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작은도서관을 문화 강좌, 주민 교류행사, 자원봉사가 이뤄지고, 단지 주변 생활정보를 얻는 복합 커뮤니티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2018년 시범사업 도입 후 2020년까지 시범적으로 65개소가 추진됐고, 2021년부터는 2025년까지 매년 전국 46개소를 선정해 작은도서관을 복합 커뮤니티공간으로 바꿔나간다. 공간 및 비품지원 뿐만 아니라 도서관 코디네이터를 채용하고, 작은도서관 지원센터를 운영해 작은도서관이 입주민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커뮤니티로 자리잡도록 지원한다.

◇LH 햇볕뜰 작은도서관, 리모델링을 통해 입주민 사랑방으로 재탄생

의정부 민락2지구 양지마을 10단지에 위치한 햇볕뜰 작은도서관은 지난해 12월 리모델링을 거쳐 새롭게 개관했다. 2018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햇볕뜰 도서관은 도서관이라기 보단 '문고'에 가까웠고 이용객도 뜸했다.

리모델링 전 LH는 도서관 운영을 담당할 코디네이터를 채용했다. 그리고 10월부터 두 달에 걸쳐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면서 사회복지기관 등 외부 프로그램을 유치하고 각종 비품을 구매했다.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작은도서관이 기본적인 도서관 기능은 물론 모든 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났다.

반지하에서 살다가 행복주택에 당첨되어 아무 연고도 없는 의정부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는 장이나씨. 작가 지망생으로서 사서 체험을 해보고 싶어 햇볕뜰 작은도서관 코디네이터 채용에 지원했다. 그녀는 리모델링 이후를 이렇게 설명했다.

"책장과 테이블, 의자만 놓여 있었던 기존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면서 '북카페' 컨셉으로 바꿨습니다. 1인용, 3~4인용, 8인용 등으로 구역을 나눠 책상과 원탁을 들이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마루와 어르신용 리클라이너, 커피 한잔 마시며 쉴 수 있도록 커피머신도 설치했어요. 완전히 정숙해야 하는 일반 도서관과 달리 주민들이 책과 함께 편히 소통하는 단지 내 사랑방이 된 거죠."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복합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정착돼

LH는 입주민이 자체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국작은도서관협회와 함께 '작은도서관 지원센터'를 설립해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한다. 입주민 중에서 코디네이터 270여명을 채용해 작은도서관 운영 기준과 도서관리 프로그램 사용법 등 도서관 운영 및 활성화 방안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또한 지자체, 지역 사회복지기관과 협력해 작은도서관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사회복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다. 도서기부, 지역 작가와의 만남, 음악 공연, 교양 강좌, 자원봉사 등을 통해서 작은도서관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복합적인 커뮤니티 공간으로 정착돼 가고 있다. 장씨는 햇볕뜰 작은도서관 코디네이터로 근무하면서 지역 사회와 처음으로 교류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자 혼자 살면서 이웃과 교류한다는 게 두려웠고 다시 서울로 나갈 생각에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꼈어요. 그런데 작은도서관 일을 하면서 좋은 이웃을 너무 많이 알게 되어 이곳에 뿌리내려 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엊그제도 입주민 한 분이 텃밭상추가 잘 자랐다며 나눠주셔서 감사히 받아왔죠. 소통하고 교류하며 사는 게 더 행복해요. 지역사회 안전망 역할을 LH 작은도서관이 해줄 것이라 믿어요."

코디네이터 업무를 마치고 의정부의 한 사회적 기업에 입사한 장씨는 여전히 작은도서관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주말에는 운영되지 않고 있는 도서관을 의정부시의 지원을 받아 주말 보드카페로 활용하는 등 몇 가지 문화적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입주민 코디네이터,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LH 전국 작은도서관의 소장도서가 2배 이상 대폭 확충됐다. 지난해 말에 시행된 LH 자체 주거생활서비스 효과성 분석에서도 작은도서관 활성화 사업은 사회적 가치 측정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바 있다.

하승호 LH 국민주거복지본부장은 "앞으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작은도서관이 아파트 내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거점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인 지원책이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soho090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