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40평 전세 ‘2억대’ 등장…’입주폭탄’에 乙된 검단 집주인들
'입주장 본격화' 6개월 만에 매물 1.8배…전세수급지수는 4년來 최저
잔금 납부 앞둔 집주인, 세입자 구하려 '발 동동'…현장선 "30% 빠졌다"
- 박승희 기자,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김성식 기자 = "물량 앞에 장사 없죠. 집주인들은 맘이 급합니다. 세입자 보증금을 받아 중도금이랑 잔금을 치러야 하니까요. '던진다'고 표현할 정도로 싼값에 내놓는 일도 있어요. 요즘 3억원이면 검단 전세는 골라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인천 서구 소재 A 공인중개소 대표)
부동산 시장 침체에 입주장까지 본격화되며 인천 검단신도시 집주인들의 시름이 깊다. 하루하루 물량이 쌓이는 가운데 서둘러 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면서 전용면적 84㎡는 1억원대, 40평형은 2억원대 매물까지 나왔다.
지난 18일 <뉴스1>이 찾은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일대 공인중개소 창문에는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매물 광고가 잔뜩 붙어 있었다.
최근 검단신도시 전세 시장에는 입주장 본격화로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검단신도시가 속한 인천 서구의 전세 물건은 4357건으로 6개월 전(2443건)에 비해 78.3% 늘었다. 거래절벽에 매매로 내놓은 물건까지 전세로 전환되며 매물 적체가 계속됐다.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는 오히려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10월2주(10일 기준) 인천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78.5로 지난 2018년 7월1주(78.1) 이후 약 4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임차인을 구하는 집주인이 전셋집을 찾는 세입자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전셋값도 하락세다. 인천 아파트 전세가격은 10월2주(10일 기준) 0.37% 떨어지며 전주 대비 하락 폭을 키웠다. 올해 누적 변동률은 -5.24%다. 시도별 기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내림세가 가팔랐다.
현장 관계자들도 전세가격 하락을 체감하고 있었다. 당하동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작년 대비 30% 넘게 떨어졌다"며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받아야 중도금, 잔금을 치를 수 있는데, 물량은 쌓이고 급해지다 보니 전세금을 내리고 있다. 지금은 임차인 우위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2021년 입주한 원당동 '호반써밋1차'의 경우, 지난해 10월 전용 84㎡(14층)가 4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근래 같은 면적으로 3억2000만원대(9월)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용 84㎡ 전세 매물의 호가는 최저 2억8000만원에 형성됐다. 1억원 이상 깎인 값이다.
선융자를 끼거나 조건이 좋지 않은 매물은 호가가 더 낮다.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원당동 '검단신도시2차디에트르더힐' 전용 84㎡은 1억8000만원에 전세 매물로 나왔다. 올해 6월 입주를 마친 '예미지트리플에듀' 40평형(전용 102㎡)도 2억9000만원짜리 전세가 등장했다.
잇단 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이 커진 점도 전셋값을 끌어내리는 주요 요인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매달 중도금 대출 이자 내기가 벅차다 보니, 하루라도 더 빨리 세입자를 받아 이자 상환 부담을 줄이고 싶어 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당분간 일대 공급이 이어지며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인천 서구 입주·입주예정 물량은 1만9606가구다. 지난해(8876가구)보다 두배 이상 많다.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1만7313가구가 예정돼 있다. 2024년 4357가구, 2025년 9809가구로 입주 폭탄이 계속된다.
최근 전세 하락장이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자금력이 부족한 수요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다만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 역전세난 우려가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는 실수요자 시장이라 공급에 큰 영향을 받는데, 전반적인 시장 침체로 내림세가 더 가팔랐다"며 "전셋값이 계속 하락하면 기존 임차인 계약이 만료된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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