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협회장 "위기는 또다른 기회…2년내 연간 500억불 수주"[건설! 다시 해외로]⑭
박선호 회장 "중동 산유국 발주 물량 증대와 친환경에너지 수요 확대 전망"
G2G 사업 발굴해 우리 건설기업 수주 지원 등 필요
- 신현우 기자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고유가·원자잿값 상승 등은 해외 건설시장의 악재지만 재정 여력이 확보된 중동 산유국의 발주 물량 증대와 기후변화에 따른 친환경에너지 수요 확대 등은 우리 건설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해외건설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선호 해건협회장은 고유가 등에 따른 해외 수주 여건 악화 우려에 ‘위기는 또 다른 성장의 기회’라는 답을 내놨다. 다만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해외 수주 환경이 악화된 지난해 해건협회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는 성격답게 그간 1년은 내실을 다지는 시기로 삼았다. 건설사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정부와 기업의 매개체가 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는 후문이다.
박 회장은 과거에 비해 더 빠르고 민감하게 변하는 수주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협회 내부 조직을 개편하고 해외건설 전문 인력 육성에 힘썼다. 연초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9000억 달러’라는 기록 달성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평가된다.
그는 “해외건설은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등 주요 4개 수출 품목과 함께 우리나라 경제의 한축을 굳건히 담당하고 있다”고 말하며 자긍심을 보였다. 실제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306억 달러로, 수출 주력상품 중 하나인 석유제품(381억 달러)의 뒤를 이었다.
최근 해외건설 수주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해외 건설 산업에 미치는 국제 정세·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에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글로벌 공급망 부족, 글로벌 기후 위기, 경기침체 등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어요.” 박 회장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는 실타래처럼 얽힌 현실을 보다 냉정하고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입체적인만큼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지난 5년간 배럴당 40~70달러 선에 머물던 국제 유가가 올해 3월 배럴당 139달러까지 치솟았다”며 “최근 다소 하향 조정돼 9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동 주요국가의 재정균형 유가가 60~70달러 수준인데 90~100달러 수준의 고유가가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이들이 발주 물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지만 탈석유를 위한 각국의 움직임에서도 박 회장은 수주 기대감을 드러냈다.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전 세계적인 친환경·신재생 플랜트 발주 확대, 탈석유 시대를 대비한 스마트신도시 개발 추진 등이 수주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요.”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IHS 마킷에 따르면 올해 세계 건설시장은 전년대비 5.0% 성장한 약 11조500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특히 같은 기간 우리기업의 주요 진출국인 아시아 건설시장은 전년대비 4.5% 성장한 약 5조7000억 달러 규모로 전망되고, 고유가로 주목받는 중동 건설시장은 지난해 대비 10.2% 성장한 4446억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2024년 해외건설 수주실적 반등 예상…“세밀한 정부 지원 필요” 강조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내년 이후 서서히 회복해 오는 2024년부터 본격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5년 내 연간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500억 달러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1월부터 지난 24일까지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전년동기 대비 13% 수준 증가한 182억 달러로 나타났다. 박 회장은 최근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의미를 더하며 늦어도 2년 내 연간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500억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우리 건설기업은 수주활로 개척을 위해 단순 설계·조달·시공(EPC) 도급공사에서 디벨로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호주 철도 투자개발사업(PPP)과 같이 투자가 동반한 사업 참여 기회를 지속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건설시장에서의 수주 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정부·금융기관·세계 유수의 건설기업’ 등이 총망라된 국가 간 수주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박 회장은 “우리 기업이 해외건설 신수종·신상품을 포함한 사업발굴 능력 제고, 금융조달선 다변화 등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 뒤 이를 위해 두텁고 세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 등에서 국가 간 협력(G2G) 사업을 발굴해 우리 건설기업의 해외 수주를 지원하고 중점 지원국가·투자분야 프로젝트 조기 발굴·지원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등 정부자금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주요 핵심 국가에 대한 고위급 수주지원단 파견 등 수주지원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해외 PPP 역량 강화를 위한 공기업의 해외진출 활성화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현재 운영·유지보수(O&M)에 치중된 공기업 역할을 총괄기획·지분투자 등으로 확대해 민간기업의 해외진출을 견인하려는 목적이다.
그는 석유·가스자원 부국이지만 정세가 불안정한 이라크, 리비아, 이란 등 틈새 유망국에 대한 진출기반 마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이후 우크라이나 복구사업 참여 등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꼽았다.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1조 달러 조기 달성을 위한 신성장동력 창출이라는 비전을 설정했어요. 해외건설 전문기관으로서 수주지원 체계를 고도화하고, 해외건설 산업의 활력을 제고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에요.” 박 회장은 해건협의 역할을 강조하며 앞으로의 의지도 내보였다.
그동안 해건협은 우리 기업의 해외 건설시장 수주 확대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했다. 운영 2년 차에 접어든 해건협 내 국제개발협력센터는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국토교통 ODA 사업 운영·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또 중소 규모 건설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해외 건설시장 조사 보고서 발간, 수주·계약·시공·준공 전문가 파견 컨설팅 지원, 해외건설 법률·세무컨설팅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 개최도 같은 목적이다. 박 회장은 “GICC는 전세계 주요 인프라·플랜트 발주처와 다자개발은행(MDB) 관계자 등을 초청해 우리 기업에 사업정보 습득과 네트워크 구축 기회 등을 제공하는 자리”라며 “지난 2013년 처음 개최된 이후 수주로 연결된 실적이 293건·총 324억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GICC는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특히 인도네시아 수도이전 사업과 관련해 인도네시아 신수도부 장관 등이 직접 사업 추진계획 등을 설명하고, 양국 간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박 회장은 “기후변화 등 글로벌 건설 환경 변화에 직면한 우리 기업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수소 플랜트·탄소포집 사업 등 미개척 친환경 에너지 분야 등의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탄소중립 체제는 수출 주도형 성장전략을 구사하는 우리나라에 큰 도전이지만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며 “이러한 중대한 패러다임 변화에 우리 기업이 잘 적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 낼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건설 3대 강국 이상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최대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최강의 해외건설 팀 코리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습니다.” 박 회장은 자신감 있는 미소를 보이며 포부를 밝혔다.
hwsh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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