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책 1년]국토연구원장 "자투리땅 대신 '저밀' 공략…서울 '대량공급' 구현"

강현수 원장 "법안 없는 공공 '직접시행' 차질…개발이익, 농촌 인구·주택 유입책 활용해야"
"수도권 집값 하락시 공급물량 속도조절…인허가·도시공간·인프라 재정비 필요"

편집자주 ...2·4공급대책 도입 이후 1년이 흘렀다. 사전청약, 도심복합개발사업, 공공정비사업 등 서울 등 도심 주택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2·4대책을 근간으로 추진돼 주택시장의 다양한 공급 메시지를 주고 있다. 수년간 오름세를 이어가던 부동산시장도 2·4대책과 글로벌 재정긴축 기조 속 서서히 하향세로 돌아선 양상이다. 이에 <뉴스1>은 지난 1년간 2·4대책의 명암을 짚어보고 향후 주택정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김희준 기자 = "2·4공급대책은 자투리 빈 땅이나 그린벨트를 중심의 기존 도심 공급방식을 탈피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 대도시 저밀도 개발지역으로 공급 타깃을 전환했다는 점, 공급량과 공급속도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주택시장 불안을 잠재울 매우 혁신적인 공급대책이었다."(강현수 국토연구원장)

지난달 27일 만난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지난 1년간 정부의 공급정책을 좌우했던 2·4공급대책의 장점을 몇가지 특징으로 집약했다.

◇"협소한 자투리땅 대신 저층주거지 등 도심공략 주효"

그는 "2·4대책은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 대도시내 기성시가지를 타깃으로 용적률, 층수와 같은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을 도입해 협소한 부지의 '소량공급'이란 도심공급대책의 틀을 깼다"며 "또 규제가 완화되는 만큼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적정 수익을 보장하면서도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제시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구청사의 주차장부지까지 공공택지로 내놓았던 종전의 방식과는 시장에 주는 파급효과가 크게 달랐다는 평가다. 실제 당시 2·4대책을 통해 발표한 공급물량은 서울에서만 분당신도시의 3배 규모인 32만가구, 전국 83만가구에 달한다. 여기에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주도 재개발 사업이 잘 안되던 지역에 공공주도 사업이란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도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아쉬운 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엔 "2·4대책 발표 다음 달 참여연대 등이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지구 투기의혹 사태가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강현수 원장은 "2·4대책 발표 직후 시장과 전문가의 반응은 호평이었고, 실제 수도권 주택가격의 상승흐름도 지표상 억제되는 효과가 발생했다"며 "하지만 당시 투기의혹 사태로 대책을 직접 설계하고 이끈 변창흠 장관이 사퇴하는 등 엄청난 후폭풍이 발생했다"고 회상했다.

이를 통해 몇 달간 공급대책의 추진동력이 상실돼, 공급 메시지가 시장에 전달되는 아까운 시간이 그만큼 늦춰졌다고 분석한다.

그는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2·4대책의 핵심수단인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법안(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여전히 국회에 묶여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란 조합원 간의 갈등, 시공사 유착, 조합비리 등을 유발하는 기존 재건축 등 정비사업 조합 주도의 시행방식을 탈피해 LH 등 공공기관 등이 기존 토지 등 부동산소유자의 소유권을 이전받아 사업을 직접 시행하고, 준공 이후 우선공급 형태로 보상을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조합형 정비사업과 같이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거나 복잡한 사업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부작용이 사라진다.

강 원장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법적근거를 담은 도정법은 이미 지난해 2월 진성준 의원을 통해 법안 발의됐지만, 2·4대책 관련 7개 법안과 달리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이에 따라 공공 직접시행을 원하는 현장 주민들의 요구가 있어도 현재까지 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4대책 이후 정책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대책의 '최초' 계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뉴스1 ⓒ News1

◇"금리인상 이어지면 수도권 집값하락…공급물량 전반 재정립 필요"

강 원장은 "지난해 2·4대책 직후 발표된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선 지역균형발전과 주택공급을 연결하는 주거뉴딜 및 주거플랫폼이 제시됐다"며 "여기엔 지방과 수도권의 개발사업을 패키지로 묶어 추진하는 방식으로 수도권의 개발이익을 지방의 열악한 주택사업에 재투자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도심주택 공급사업의 수익재원 중 일부를 인구유입이 절실한 농촌 학교의 자녀 입학시 해당가족의 주택제공 사업에 재투자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그는 "지자체장에 기속된 지방개발공사의 개발이익은 대부분 해당 지자체 사업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지만, 낙후지역의 인구유입용 주택사업에 활용하도록 법적 근거만 마련한다면 자연스럽게 지역균형발전을 병행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이는 수도권 인구집중을 가중시키는 2·4대책의 문제점을 상쇄하는 보완책의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

강 원장은 마지막으로 향후 부동산시장과 정책의 변수와 남은 과제를 묻는 질문에 "국토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집값변동 요인 중 약 40%가 금리에 기인한다"며 "시장으로 유입된 풍부한 유동자금이 집값상승에 영향을 미친 만큼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2.4대책이 차기 정부에서도 중단없이 추진되면 앞으로 수도권 집값은 하락추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경우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주택공급 물량에 대한 속도 조절 논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이때 공급물량 외에도 공공과 민간주도 정비사업의 조화, 서울시 등 인허가 지자체와 국토부와의 협업, 주택공급 과잉에 따른 인프라와 도시 공간구조의 문제 등을 한 번씩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프로필

▲1964년생 ▲서울대 산업공학 학사 ▲서울대 도시계획학 석사 ▲서울대 행정학 박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한국공간환경학회 학회장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 분과 위원 ▲중부대학교 교수 ▲충남연구원 원장 ▲국토연구원장 재임

h99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