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층간소음 시달리는 어린이집 인접 세대…관련 제도 '전무'
지자체 "소관 아니야"…국토부 "지자체에 문의"
아래층 아니면 층간소음이라 보기 어려워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재택근무 중인데 어린이집이 아니었다면 신고해야 할 정도의 아이 울음소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서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부담이 됩니다. 아이의 얼굴을 보고 우는 소리를 듣는다면 이유라도 알겠지만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계속 들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송파 위례의 가정어린이집 인접세대 주민에게 관련 피해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A씨는 "자신도 만2세 아이를 보육하고 있고 어린이집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닌데도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몰고 있다"며 "논의조차 못 하는 것은 문제"라고 호소했다.
◇"어린이집 인접세대 피해는 어디에 말해야 하나…"
2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공동주택 1층 가정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에 대한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혼희망타운 등 젊은 세대 입주 비율이 높은 공공분양주택에서 비슷한 갈등이 반복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씨는 "보육수요에 따라 설치 및 운영되더라도 방음장치와 운영에 관해 인접 세대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국토교통부와 해당 구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국토부와 송파구청에 6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어린이집은 소관이 아니다"라는 똑같은 답변만 들었다.
송파구청은 "인가 전 해당 어린이집에 소음 예방 대책 마련을 요청했고, 현재 해당 어린이집에서 옆세대와 인접한 방의 벽면과 현관문에 흡음 패드를 부착했다"며 "어린이집의 조치 사항 외에 해당 어린이집에 새로 입소하는 아동의 경우 적응기간이 필요해 어린이집 내부에서 울음을 그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울음소리를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설치인가를 취소해달라는 A씨의 민원에는 "가정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 제13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5조에 따라 설치되며 구비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관리규약의 주민 동의 여부를 설치인가 요건으로 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정 어린이집 설치에 주민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상위기관인 국토부도 "특정 단지 내에 가정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려는 자가 실제 가정어린이집을 인가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해당 지자체에서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지역 수요를 고려하여 결정하고 있으므로 가정어린이집의 구체적인 인가 허용 등에 관한 사항은 해당 지자체에 문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층간소음 폭넓은 해석 필요"
일각에선 어린이집 인접세대의 경우 층간소음의 정의가 복잡해져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행법상 1층 가정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울음소리를 비롯한 영유아에 의해 발생하는 소음은 엄밀히 말해 층간소음이 아니다.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의하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는 입주자 또는 사용자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음으로서 다른 입주자 또는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다음 각 호의 소음으로 한다. 각 호에는 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직접충격 소음과 텔레비전, 음향기기 등에서 일어나는 소음으로 규정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층에서 활동(할 때 발생하는 소음)이 층간소음인데 (인접 세대는) 층간소음으로 보기 어렵고 건물에 진동을 일으키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1층 어린이집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개인 간의 분쟁 조정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보육수요를 원하는 다른 세대, 피해를 호소하는 인접 세대 그리고 어린이집 사이에 갈등이 번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옆 세대뿐 아니라 위층 세대가 아래층의 어린이집을 방문해 과도하게 벨을 눌러 어려움을 호소한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층간소음의 해석을 폭넓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어린이집은 소음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시설임에도 1층에 있다는 이유와 보육 수요 등으로 층간소음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민동환 법무법인 윤강 변호사는 "층간 소음의 정의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의 활동으로 인해서 다른 거주자한테 피해를 주는 경우를 층간소음이라고 한다"며 "(어린이집도) 층간소음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민 변호사는 "당연히 소음이 날 수밖에 없어 일정 부분 수인하고 가야 한다"면서도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소음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은 "(어린이집은) 아직까지 대응책조차 논의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이들이 우는 소리는 주파수 자체가 높기 때문에 잘 전달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방음시설을 해도 한계가 있어 어린이집에서 (피해 세대에) 정기적으로 가서 인사를 드리고 양해를 구하는 등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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