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그룹, 대우건설 인수로 단숨에 빅3 건설사 재계 21위 '껑충'
'3불경영' 정창선 회장 "대우 인수, 제2의 창업'…모든 역량 쏟겠다"
'고래 삼킨 새우' 등 우려 여전…"대우건설 해외사업 확대에 투자"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톱3 건설사로 등극한 중흥그룹에 관심이 쏠린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광주와 전남, 세종시 등에서 아파트 분양을 통해 사세를 키운 주택건설 전문업체다.
중흥그룹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체결식에 참석한 정창선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는 '제2의 창업'과 같다"면서 "어떠한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흥그룹 설립자는 정창선 회장이다. 정 회장은 1943년 광주에서 태어나 19살에 목수로 건설업을 시작, 현재의 중흥그룹을 일궈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정 회장은 비업무용 자산은 사지 않고, 보증은 서지 않으며, 적자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는 수주하지 않는 이른바 '3불(不) 경영'으로 유명하다.
정 회장은 1983년 그룹의 뿌리라고 볼 수 있는 중흥주택을 세웠다. 그룹 핵심인 중흥건설을 1989년 설립해 광주 전남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졌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중흥S클래스' 아파트 브랜드를 앞세워 세종시와 수도권 택지지구에 아파트를 분양하며 전국구 건설사로 발돋움 했다.
중흥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37개 계열사를 지닌 중견그룹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은 3조1516억원이다. 주요 계열사인 중흥토건은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17위며, 중흥건설은 40위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5위) 인수로 단숨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3위 건설사로 도약한다.
대우건설이라는 고래를 삼키면서 재계 순위도 급상승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중흥그룹 자산총액은 9조2070억원으로 47위다. 대우건설은 9조8470억원으로 42위다. 둘을 더하면 19조540억원으로 미래에셋(19조3330억원)에 이어 21위로 상승한다.
단숨에 전국 3위 건설사, 재계 순위 21위로 오르지만 우려도 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어려움을 겪으며 그룹이 와해된 사례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6조6000억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했으나, 인수대금 대부분을 재무적 투자자(FI), 즉 빚을 내 조달했다. 금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경영 위기를 겪었고 결국 2011년 대우건설을 산업은행에 재매각 했다.
중흥그룹은 인수 자금 2조1000억원을 FI 없이 직접 조달한다. 일시적으로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일부 차입하나 내년까지 상환할 계획이다. 사실상 외부 차입 없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시선도 있다. 대우건설은 국내 주택뿐 아니라 해외서 토목, 플랜트 등 사업도 펼치고 있는 대형 종합건설사다. 주택 사업 중심인 중흥그룹이 경영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건설사 인수 성공 사례가 드물다는 것도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합병하지 않고 별도 경영할 계획이다. 또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yagoojo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