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이라더니'…석달째 매수심리 상승, 계속되는 호가 거래

매도자 우위 지속 "거래 줄었지만 매물은 더 줄었다"
매물 품귀에 느긋해진 매도자, '세 부담+차익' 기대

서울시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 = 정부가 연이어 '고점'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 매수심리가 3개월 동안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호가 거래까지 이어지면서 오히려 매도자 우위 시장이 강화하는 모습이다.

12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의 '주택가격심리지수'는 107.2로 조사됐다. 지수는 100을 기준점으로 시장을 평가한다. 100보다 낮으면 시장에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높으면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다.

지난달 5일 102로 100을 넘긴 이후 한달 가까이 지수가 100을 웃돌면서 매도자 우위 시장이 계속되고 있다. 추세로는 최근 3개월여 동안 꾸준히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앞서 4월과 5월 조사에서 75.3이었던 지수는 지난달 19일(104.9→103.4) 소폭 조정 외에는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해도 상승세는 뚜렷하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을 따르더라도 전국매수우위지수는 101.5를 기록하며 기준점을 넘겼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1월 이후 259개월 동안 총 4번(2022년 1·2월, 2020년12월, 2021년 7월 등) 밖에 발생하지 않은 일이다.

전문가들은 연초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싸움으로 주춤했던 부동산 시장이 지난달 5일 102로 100을 넘긴 이후 한달 가까이 지수가 100을 웃돌면서 다시 본격적인 '사자'로 돌아선 것이라고 해석한다.

특히 계절적 비수기 상황에 호가 거래가 계속하면서 '거래가 줄었지만 매물이 더 많이 줄어든' 매도자 우위 시장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12일 현재 서울의 아파트 매매 매물은 3만8962개로, 매물량 4만8523개였던 4월15일보다 1만여개가 줄어들었다.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 News1 신웅수 기자

현장에서는 수적·심리적 우위에 위치한 매도자가 호가를 낮추지 않으면서 수요자가 높아진 가격에 '울며 겨자먹기'로 드문드문 계약을 체결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예전에 비하면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눈치를 보는 양상인데, 매물 자체가 없어서 나오는 족족 나온 급한 수요자가 나온 가격에 거래하는 '호가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문제는 호가 거래가 드문드문 이어지니까 집주인(매도자)들이 배짱 호가를 올리면서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마음 급한 실수요자가 호가 언저리에서 거래를 하게되면, 그 거래를 근거로 호가를 더 올려 내놓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차피 집주인들은 내년 6월1일(과세표준일) 전까지는 이러나 저러나 세 부담을 지게 된 것 아니냐"면서 "느긋해진 집주인들은 이제는 각종 세 부담에 손해 보지 않을 정도의 시세차익을 보지 않으면 안팔겠다는 마인드"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물이 많지도 않은데다 각종 규제가 겹치다보니 거래량이 줄어들었다"며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매도자의 교섭력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짚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시장에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상황에서, 임대차법으로 전세난이 가중되자 '지금이라도 사야겠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maveri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