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긴 법망에 한남3 '임대 제로'·원베일리 '분양가 규제 회피' 또 나올까

임대 '공공 인수' 의무 아닌 도정법, 민특법엔 분양가 규제 회피 틈새
허점 잡는 개정안 국회 계류 중…"정비사업 활성화 전 법 개정 시급"

서울 용산구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1.5.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서울 내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가 필수적이라는 진단이 내려진 가운데,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비사업 활성화 전 '분란의 싹'이 될 수 있는 법의 틈새부터 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조합에서는 정부의 분양가 통제, 임대주택 규제로 수익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계속돼왔고, 업계에서는 법망 사이사이 규제 샛길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편법으로 규제가 유명무실해지면 집값 안정이나 주거 취약 계층 보호와 같은 공익적 목적이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막을 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재개발 임대주택, 공공 아닌 민간 매각?…방지 법안은 9개월째 계류 중

재개발 사업지에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틈새를 이용해 임대주택 물량을 공공이 아닌 민간에게 처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공공과 달리 민간에 매각하면 표준건축비 대신 시세가 반영된 가격에 팔 수 있고, 비교적 짧은 운영기간 뒤 일반분양이 가능해 '임대주택 제로'를 실현할 수 있어서다.

현행법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 시행자는 건설하는 주택 전체의 20%를 임대주택으로 건설해야 한다. 이렇게 지은 임대주택은 '조합이 요청하는 경우' 정부·시 등이 인수할 수 있다. 통상 서울시 재개발 사업지에서 나오는 임대주택 물량은 시가 표준건축비에 따라 인수해왔지만, 법대로라면 민간임대사업자에 처분해도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과거 한남3구역에서는 입찰에 참여한 한 시공사가 '임대 제로'를 공약하며 조합에 해당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민간 사업자가 임대주택을 전량 매입해 민간임대주택으로 운영하고 8년 뒤 일반분양으로 전환하면 조합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서울시가 강력 대응을 예고하며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법의 틈새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임대 제로' 편법이 재시도되면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에서 임대주택 물량이 가장 많이 나오는데, 이러한 시도가 횡행하면 임대주택이 반 토막 난다"며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조합의 요청 없이도 공공이 임대주택을 인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도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하지만 사업 시행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공공 독점으로 인한 폐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도 높아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재건축선 분양가 규제 회피 편법…"인허가로 막아도 소송 맞대응 가능"

재건축 사업에서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을 이용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분양가 규제나 분양가 상한제를 회피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일반분양분을 민간임대주택으로 변경해 분양가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2019년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 조합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고자 일반분양 물량을 임대사업자에 모두 파는 '통매각'을 추진했다. 분양가 규제 대상인 일반분양이 아닌 임대주택으로 돌려 민간에 처분하면 조합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원베일리가 추진했던 방식은 민간매입임대주택 방식으로, 민특법 18조에 따라 '사업 주체가 주택을 공급하는 경우 그 주택을 임대사업자에게 전부를 우선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정비계획 변경을 이유로 제동을 건 데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은 제외된다'는 법률 해석 논란 끝에 철회됐다.

업계에서는 일반분양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아닌, 조합이 직접 임대사업자로 나서 리츠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을 적용하면 법적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고 본다. 조합은 일반분양 물량을 현물로 출자하면 리츠의 주식을 받고, 민간 관리업자가 운영해 수익을 창출한다. 운영 기간에는 조합에 수익을 배당하고 의무 운영 기간이 종료되면 주식을 소유한 조합이 주택을 원하는 가격으로 임의 분양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정부와 서울시는 이 역시 규제 회피 꼼수로, 청약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만큼 인허가권을 총동원해 막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황에서 조합이 행정 소송까지 걸고넘어지면 시의 승리를 장담하긴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령상에서 요구하지 않은 조건인데 서울시가 인허가로 막는다면 의무 이행 소송 등으로 충분히 맞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앞서 편법을 막을 수 있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꼼수' 성공 사례가 한 번이라도 나오면 너도나도 규제 회피에 나서 걷잡을 수 없으리란 예상이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사업이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단이 될 수 있으려면 편법을 막을 법적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