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하나 더 써서…지난해 경매 입찰보증금 몰수액 500억 넘어
4억원 아파트 입찰에 실수로 41억원 써내 경매계약 포기
경매물건 가치 잘못 평가하거나 잔금 마련 못하는 경우도 많아
- 국종환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 지난해 10월 서울 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서 낙찰자가 공개되자 장내가 술렁였다. 서대문구 S아파트 전용면적 139㎡ 주택형이 감정가(5억6600만원)의 7배가 넘는 41억3900만원에 낙찰됐기 때문이다. 해당 물건은 이미 두 차례 유찰돼 경매 시작가가 3억6200만원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황당한 낙찰가가 나온 이유는 입찰자가 입찰가를 쓰면서 '0'을 하나 더 붙여서다. 낙찰자는 결국 매수를 포기했고 보증금 3620만원(최저 입찰가의 10%)를 고스란히 날렸다.
위 사례를 보고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매년 오기입 등으로 인해 경매 낙찰을 받고도 포기해 몰수되는 보증금 액수가 상당하다.
1일 법원 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낙찰받은 사람이 매수를 포기해 재경매에 부쳐진 건수는 3040건이었고, 법원에 몰수된 보증금은 무려 554억1278만원에 달했다. 그나마 예년(2018년 682억원, 2017년 789억원, 2016년 847억원)보다 줄어든 것이다.
경매입찰 보증금은 부실업자의 입찰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저입찰가의 10~30% 정도다. 낙찰된 후 경매계약을 포기하거나 잔금을 내지 않는 경우 법원은 보증금을 몰수한다.
보증금이 적지 않음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이유는 뭘까. 주로 낙찰자가 경매물건의 가치를 잘못 평가하거나 최종 배당기일까지 관련 대금을 다 내지 못할 경우에 발생한다.
경매물건의 가치가 향후 크게 오를 것이라 기대했는데, 시장 상황 등이 나빠지면서 기대이익이 줄어들 경우 보증금을 포기하면서 계약을 취소하는 것이다. 또 최근과 같이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막상 낙찰을 받고도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낙찰자가 사전에 권리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전체 물건인 줄 알고 낙찰받았지만 이후 일부 지분만 나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매수를 포기하는 것이다.
앞의 사례와 같이 입찰가를 잘못 써낸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8월 인천에서도 웅진군의 상가 입찰에서 입찰자가 최저입찰가(6282만원)의 10배가 넘는 7억5000만원을 입찰가로 써내, 매수를 포기하고 보증금 628만원을 몰수당한 바 있다. 이 역시 입찰자가 실수로 '0'을 하나 더 기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나 홀로 경매를 진행하는 초보자의 경우 오기입을 하는 실수가 종종 일어난다"며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오기입에 따른 계약 최소 시에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엔 이 같은 일이 벌어지면 법원이 응찰자의 실수를 받아들여 매각불허가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구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대법원이 입찰표 오기입을 매각불허가 사유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채무자나 관계인이 입찰을 방해하기 위해 일부러 높은 가격을 써 경매를 무산시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처음 경매에 뛰어드는 초보자 중에 입찰 당일 긴장하거나 집중하지 못해 입찰가를 오기입하는 사고가 생긴다”며 "입찰 전에 미리 입찰표를 꼼꼼하게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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