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철도 도입한 프랑스…끊임없는 '수익성' 실험

[프랑스 철도현장을 가다②]2층열차 도입·시각마다 가격다른 승차권
효율성 뒷면엔 승객불편도…청소비도 아끼는 파리 지하철

프랑스 고속열차 전경 ⓒ 뉴스1

(파리=뉴스1) 김희준 기자 = 기욤 페피 프랑스 국영철도(SNCF) 사장은 지난 2008년 이후 11년째 프랑스 전역의 철도를 관리하고 있다. 능력 중심의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현지 철도 관계자들은 기욤 페피 사장의 장기집권(?) 비결로 하나 같이 효율성의 극대화를 손꼽는다.

기욤 사장의 경영 철학은 프랑스의 철도와 지하철 현장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파리 동역에서 본 테제베(TGV)의 리뉴얼 브랜드 위고(Ouigo)도 그중 하나다. 위고는 저가 고속철도다. 좌석을 최대한 늘리도록 차량 디자인을 바꾸고 요금을 낮췄다. 저렴한 가격을 원하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본 내부는 좌석을 뒤로 눕힐 수 없는 구조다. 불편하지만 저렴한 저비용 항공의 경영기법을 철도에 도입한 셈이다.

1995년부터 선보인 2층 고속철도 TGV 듀플렉스는 반응이 좋아 2011년 이후 유로 듀플렉스로 추진하면서 운행편수를 꾸준하게 늘리고 있다. 기존 TGV보다 좌석이 45%가 늘어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취재 과정에서 이용한 TGV 듀플렉스 열차는 1층 열차보다 승차감 면에선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동행한 철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2층 열차의 도입을 검토했지만, 전력연결 체계와 철도역의 구조가 달라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요금체계도 다양하다. 승차권을 일찍 끊을수록 저렴하다. 또 학생, 직장인, 이용시간대에 따라 요금이 크게 달라진다. 요금제도를 잘 이용하면 승객에 유리한 구조다. 그만큼 공석을 빨리 소진할 수 있어 수익 면에서 회사도 이익이다.

다만 서비스 면에선 국내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SNCF 엔지니어는 "한국의 철도를 이용한 적이 있었는데 모든 열차가 시간에 맞춰 오는 것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열차 도착시간의 정확성을 나타내는 정시율의 경우 한국은 98%에 달한다. 프랑스는 95% 수준이다. 철도 운행 과정에서 동물과 충돌하는 등의 이유로 1~2시간 정차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이는 현지 철도 관제센터에서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긴다.

파리 지하철 승강장 전경ⓒ 뉴스1

◇수익성 강조하는 프랑스 교통공기업

SNCF의 효율화는 필연적으로 노조와의 마찰도 일으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파업으로 철도망이 한 달 넘게 멈춘 적도 있었다"며 "작업의 첨단화는 결국 일자리의 감소로 가져오기 때문에 아직도 여러 가지 조건을 두고 노사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파리 지하철에서도 읽힌다. 철도와 달리 파리의 지하철과 버스 등의 교통편은 파리 교통공단(RATP)이 관리한다. 현재 파리의 지하철 노선은 모두 14개다. 여기에 지선 2개를 더하면 16개다. 이 중 대부분은 1940년대 이전에 만들어졌다. 그만큼 낡고 지저분하다. 하지만 RATP은 지하철 내 청소비용조차 아낀다는 후문이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스크린도어 등의 편의·안전장치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하철이 바로 들어오고 스크린도어도 없는 승강장에선 출퇴근 시민들을 겨냥한 빵 가게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지 관계자는 "결국 세금이 나가는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파리 시민들도 그냥 감수하고 이용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의 국영철도나 지하철은 저렴한 비용으로 편의성과 효율성은 보장할 수 있지만 국내처럼 서비스를 바라기엔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덧붙였다.

h9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