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V 제작사와 경쟁하는 프랑스 철도 정비기지…그 비결은?
[프랑스 철도현장을 가다①]차량개량·부품생산까지 '청출어람'
비샤임 기지만 1600억원 매출…"TGV 만든 알스톰도 고객사"
- 김희준 기자
(파리=뉴스1) 김희준 기자 = 프랑스 국유 철도(SNCF)는 프랑스 전국의 철도망을 총괄하는 철도운영법인이다. 정부가 보유하는 공기업으로 총 3만2000㎞에 달하는 철도 시설을 관리한다. 국내 고속열차가 SNCF가 운영 중인 테제베(TGV)를 도입한 만큼 인연이 깊다.
지난달 15일 방문한 비샤임(Bischheim) 차량 정비기지(정비기지)는 SNCF 산하 13개 정비기지 중 하나다. SNCF의 정비기지는 크게 열차의 정상작동과 경정비를 담당하는 곳과 중정비, 특수작업을 담당하는 곳으로 나뉘는데 비샤임은 이중 중정비 정비기지에 해당한다. 주로 TGV와 지역열차를 담당한다.
프랑스 동북부에 위치한 스트라스부르역에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20분을 달려 가니 소박한 풍경의 정비기지가 보였다. 입구엔 방문 소식을 들은 현장 관계자들이 안내를 맡았다.
현장 총책임자는 간단한 회사 소개를 통해 "비샤임엔 982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한해 매출만 약 1억2450만유로(1653억5000만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통상 자사 차량의 정비를 주업무를 하는 차량기지에서 16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다는 설명에 궁금증이 일었다.
의문은 곧 풀렸다. 차량기지의 외부 고객층이 두껍기 때문이다. SNCF는 자국 기업인 알스톰(Alstom)사가 생산한 TGV 등의 차량을 기본 운용차량으로 삼고 있다. 오랜 기간 정비를 하는 과정에서 해당 차량에 대한 정비 노하우가 축적됐고 자체적으로 기존 제품의 성능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여기에 유럽을 중심으로 TGV의 도입국가가 늘어나면서 자체 정비기술이 약한 국가의 수주도 늘어났다.
비샤임 기지만해도 스위스 리리아(Lyria) 열차, 모로코 TGV 열차를 비롯한 탈리스(thalys) 국제선 열차의 정비 수주도 받고 있다. 외부고객 중엔 TGV 제작사인 알스톰도 있으니 기술력에서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인 셈이다. 한 관계자는 "정비와 개조 분야에선 가끔 알스톰사와 경쟁사가 되기도 한다"는 자랑 섞인 귀띔을 하기도 한다.
◇차량 정비 한계 벗어나 개량·부품개발까지 역량확대
현장 관계자가 안내해준 정비기지 내부는 파란색 동선에 따라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었다. 용접과 대차 및 차축 처리, 비파괴검사, 좌석 설치, 도색, 전기배선 작업 과정 등이 소개됐다. 특이한 점은 정비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수집해 개선된 부품에 적용다는 점이다.
현장에 동행한 철도 관계자는 "예를 들어 2000년에 도입된 고속열차가 있다고 하면 국내(한국) 정비기지에선 당시와 똑같은 성능과 기능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면 SNCF 산하 정비기지에선 중소업체와 함께 성능을 개선하는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최초 제조사와 경쟁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샤임기지가 올해 7월부터 현장에서 사용할 원격제어복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스타트업 업체와 공동개발한 첨단장비로 무거운 물체를 드는 정비사의 관절을 보호한다. 또 차량 지붕에 해당하는 상부에 균열이나 이상 유무를 원격으로 점검할 수 있는 드론기술도 선보였다.
특히 비샤임 기지는 SNCF의 미래 공장 프로그램에 속한 10개 정비기지 중 하나다. SNCF는 총 48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3년까지 작업 디지털화와 자동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바코드만 찍으면 가상현실이나 3D 영상을 통해 수리, 개량할 내용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는 셈이다.
h9913@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