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줍족 꼼짝마!'…무순위 청약에 칼빼든 국토부
건설업계 "30~40대 청년 실수요자 기회확대 전망"
"후순위 청약 과열 해소 효과·미분양 영향 확인해야"
- 김희준 기자, 국종환 기자
(세종=뉴스1) 김희준 국종환 기자 = 정부가 현금부자들을 위한 청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족'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실거주자 중심의 청약제도가 변질돼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0일부터 △서울 △과천 △분당 △광명 △하남 △대구 수성 △세종(예정지역)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청약 예비당첨자를 공급물량의 80%에서 500%로 대폭 확대한다고 9일 밝혔다.
청약자격을 갖춘 1, 2순위 실수요자에게 좀더 많은 당첨 기회를 줘서 현금부자와 다주택자 유입을 막겠다는 의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2월 무순위 청약제도 도입 후 위례포레스트 부영 등 분양단지 5곳의 청약경쟁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5.2대 1"이라며 "공급물량의 5배를 예비당첨자로 두면 미계약분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미계약분 무순위 청약의 규제 카드를 빼든 것은 무주택 실거주자 중심의 청약제도가 무색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미계약분은 청약시스템(아파트투유)을 통해 미리 신청한 사람만 분양받을 수 있다. 문제는 전체 당첨자의 5% 안팎이었던 미계약분이 최근 20%까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순위 청약은 이미 주택을 보유한 현금부자들이 아파트를 새로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로 이용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줍줍' 열기는 상당히 높다. 한양이 청량리역 재개발 지역에 짓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아파트의 사전 무순위 청약은 일반분양 물량(1129가구)의 13배에 달하는 1만4376명에 이른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 미계약분 174가구에도 5835명이 몰렸다.
당초 국토부 내부에선 일반 청약에서 해소하지 못한 아파트를 무순위 청약으로 처리하고 분양받는 것을 투기로 볼 수 있냐는 견해와 강력한 규제책으로 무주택 실수요자 우선의 청약제도를 도입했는데 뒷문을 열어놔선 안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결국 정부는 이번 개선안을 통해 규제쪽으로 방점을 찍은 셈이다.
국토부는 이밖에 4월말부터 서울 분양시장의 미계약분에 대한 현황조사를 하고 있는 만큼 무순위 청약이 부동산 투기를 유도하고 있다고 판단되거나 청약 예비당첨자 확대 효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 규제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에선 반색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예비당첨자 비율을 확대하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점이 낮아 당첨되기 어려웠던 30~40대 젊은층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갈 것"이라며 "무순위 청약 물량을 줄이고 청약 자격을 갖춘 실수요자들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규제 일변도 정책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않다. 한 전문가는 "우선 투기과열지구를 대상으로 예비당첨자를 늘린 것은 적합한 조치"라면서도 "실제 미계약분 무순위 청약의 이상과열을 초래했는지, 이번 규제가 미분양를 양산하지 않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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