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분양' 확인서 발급 중단…중도금 대출 막힌 계약자 '발동동'

건설기업노조, 업무 과부하 이유로 이달부터 발급 중단
국토부 "단기적 해결 사안 아냐…대응 마련 고심 중"

자서분양에 대한 자의 여부 확인서ⓒ News1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한 대형건설사 직원인 A씨는 올초 자신의 회사가 시공을 맡은 분양 단지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다. 당첨의 기쁨도 잠시, A씨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1차 중도금 대출 기한에 맞춰 찾은 은행창구 상담원이 '자서분양에 대한 자의 여부 확인서'를 요구하면서 확인서 없이는 중도금 대출이 어렵다고 했던 것. 문제는 확인서 발급은 건설기업노조가 맡고 있지만 현재 업무를 중단해 중도금 대출이 막힌 것이다. A씨는 "현재 상황을 은행에 전달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자서분양 확인서 발급이 중단돼 일부 계약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확인서가 없다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렵게 찾아온 내집마련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급히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선의의 피해자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건설기업노조(이하 노조)는 이달부터 자서분양 방지를 위한 자의여부 확인서 발급을 중단했다.

자서분양이란 건설사가 자사 임직원들에게 주택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분양경기가 나쁠 때 흔히 활용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13년 노조로부터 자의여부확인서 발급 후 은행에 제출해야 대출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건설사 지시가 아닌 자신이 직접 분양을 받고 계약을 진행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절차다.

확인서 발급 업무는 2013년 국토부와 관계기간 합동으로 발표한 자서분양 피해 방지 종합대책 시행과 함께 노조가 담당했다. 노조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확인서 발급건수는 5000여건에 이른다.

노조는 확인서 발급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 상근 근로자가 4명인 상황에서 업무 과부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1건의 확인서 발급을 위해서 시행사·계약자·은행 등과 많게는 10차례 통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확인서 발급에 시간을 쏟다 보니 다른 업무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노조는 국토부에 지난 5월 '자의여부 확인서 발급 업무 폐지 요청의 건'이란 공문을 보냈다. 확인서 발급업무 폐지를 위한 절차를 진행해달라는 요구였다. 국토부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한 노조는 지난달 26일 확인서 발급업무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노조 관계자는 "국토부가 발급업무 폐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이달부터 중단했다"며 "예산지원이 안되면 해당 업무를 이관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국토부는 지금까지 담당한 업무를 급작스럽게 중단한 노조의 결정에 난감해 하는 입장이다. 은행·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 2013년 제도에 맞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확인서 발급을 중단한 탓이다. 확인서 발급 업무가 멈추자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확인서 발급 중단으로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은행에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자서분양에선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찾아온 내집마련의 부푼 꿈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도 한시적으로 확인서 없이 대출 가능 여부를 검토했지만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형건설사보단 중소건설사의 미분양 밀어내기 사례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추후 부도 등 예기치 못한 경우가 발생할 경우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국토부는 노조에 예산지원 방안과 업무를 대신 담당할 곳을 찾는 방법 등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노조와 좀 더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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