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 입지' 재개발 아파트, 평면은 '별로'인 이유는?
부지 협소·동간 간격 등 규제…3베이에 無드레스룸 대부분
"입지 우수해 청약 성적과는 무관…실수요자는 꼼꼼히 살펴야"
- 최동순 기자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입지는 너무 좋은데 평면이 별로인 것 같아요. 아무리 봐도 옷장 놓을 공간이 안 나오잖아요."(A모델하우스 내방객 최모(45·여)씨)
신규분양 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훈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재개발·재건축 분양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규제완화로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일반분양시기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기존 주거지역에 들어서는 사업의 특성상 도심 접근성이 뛰어나고 인프라가 풍부하다. 하지만 주택 평면은 신도시나 택지지구보다 뒤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실수요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평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에는 총 1만1703가구의 재개발·재건축단지가 공급됐다. 9월 이후 연말까지는 총 3만3209가구(일반분양 9027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 4일 서울에는 총 3곳의 재개발 아파트가 분양에 나섰다. △e-편한세상 신금호 △힐스테이트 금호 △힐스테이트 청계 등이다. 모두 역세권에 위치해 교통과 입지 조건이 우수했지만 평면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A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찾은 박모(51·여)씨는 "동탄·위례 등 모델하우스를 많이 다녀봤지만 상대적으로 비좁다는 느낌"이라며 "분양가도 차이가 많이나 고민이 깊다"라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사업 부지가 협소하거나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신도시 등 택지지구에 비해 평면이 뒤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사업지 면적 자체가 충분하지 않은 데다 용적률 등 사업성도 따져야 해 특화설계 도입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단독주택 밀집지역을 개발하는 주택재개발사업는 사업 부지가 언덕에 위치하거나 경계가 들쑥날쑥한 다변체 형태를 띄는 경우가 많다. 보상금 등의 문제로 인근 상가를 제외하고 개발이 진행된 경우에는 단지가 대로변에 맞닿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또 건축심의가 까다로운 서울시의 경우 법적 용적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설계특화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사업장은 동간 간격·채광 등 규제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3면 발코니·4베이 등 특화 설계를 적용하기 어렵다"라며 "용적률 확보 등을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평면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에 들어서는 재개발 분양단지들은 대부분 3-베이 평면이 적용되며 주택형에 따라 드레스룸이 없는 경우도 많다. 서비스면적에서도 차이가 난다. 실제 '하왕 1-5구역'을 재개발한 왕십리자이 84㎡의 서비스면적은 30.98㎡로 동삭지구 자이더익스프레스 84㎡의 서비스면적 36.96㎡과 비교해 6㎡ 가량 적었다.
다만 이같은 평면 차이에도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대부분 우수한 청약성적을 기록한다. 교통과 인프라라는 입지적 강점이 확실해서다. 7월 분양한 왕십리자이는 전 가구 3베이 설계에 드레스룸도 84㎡ 90가구에만 적용됐지만 19대1의 최고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최근 시장에서는 평면보다 입지를 더 중요한 조건으로 여기고 있는 데다 서울 분양물량은 투자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아 청약성적과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실입주를 고려하는 수요자라면 평면 등을 좀더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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