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산업화 이후 '급성장'…100년 역사는 진화 중

[이제는 교통복지다②]의식주통(衣食住通), 대중교통·교통복지는 한 줄기

편집자주 ...우리가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필수 요소를 꼽는다면 의식주 이외에 교통이 있다. 교통은 인간이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도록 해준다. 더 나아가 교통 발달은 선진국의 가늠 수준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항공·버스·도로 등의 대중교통은 빠르고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교통소비자 주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나 정책 지원은 부족한 편이다.

이를 의식한 정부는 올해를 '국토교통 행정'의 혁신으로 정하고 교통소비자를 위한 충분한 정보제공이나 정당한 피해보상 등과 관련한 요구에 대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그 변화가 이뤄지는 현장을 차례로 살펴보고 국내 교통의 역사는 물론 근본적으로 교통소비자에 대한 태도와 문화의 변화가 '왜' 필요한지를 짚어본다.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글 싣는 순서]

1."우리 교통이 달라지고 있어요"…교통소비자 '주권' 뜬다

2.대중교통, 산업화 이후 '급성장'…100년 역사는 진화 중

3."소비자가 뿔났다"…車 중고매매·견인·정비 투명하게 알고 싶다

4.위기의 택시업계…'우버' 논란, 택시 선진화 계기 삼아야

5.교통 빅데이터 소비자도 쓸 수 있다

1974년 8월 지하철 1호선 개통 이후 39년 6개월 만인 지난해 2월 서울 지하철 수송인원은 400억명을 돌파했다. 지하철 1호선 역사 모습/뉴스1 DBⓒ News1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선 이용자 편의에 초점을 맞춘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중요합니다."(여형구 국토교통부 2차관)

삶의 질이 화두로 부상하면서 교통 복지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의식주가 생존의 기본 요소라면 교통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교통은 집단에 소속돼 안전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한편 물류망 구축, 일자리 창출 등 경제부문에서도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행복한 삶을 결정짓는 기본 요소가 현대에 이르러 의식주통(衣食住通)으로 확대된 것이다.

대중교통은 많은 사람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교통 복지 발전과 맞물려 변화를 겪었다.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했고 이는 대중교통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대중교통은 근·현대 산업화 과정을 겪으며 도로와 철도망 구축, 버스공급 등 외형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춰왔다.

여형구 국토부 차관은 "과거에는 하드웨어 확충이 시급한 문제였지만 이제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교통 복지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면서 "이를 위해 대중교통 운영 시스템 개선, 이용자 중심의 친환경 체계구축 등 다양한 제도 개편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1967년 진행된 경인고속도로 기공식/출처=네이버 이미지ⓒ News1

우리나라 대중교통의 시초는 1899년 5월 운행이 시작된 서대문∼청량리간 노면전차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나룻배, 인력거 등 전통적인 형태를 벗어나 정해진 운임을 받고 일정 노선을 운행한 첫 철도라는 점에서 이 전차를 근현대 대중교통의 출발점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부터 정해진 요금을 내고 일정한 노선을 운행하는 교통수단들이 등장했고 1920년에는 대구에서 시내버스가 최초로 운행됐다. 서울에서는 1928년부터 20인승 흑색 상자형 버스 10대가 서울역을 기점으로 남대문, 창덕궁, 을지로 구간을 운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버스요금은 7전으로 버스 옆을 두드리며 '오라이'를 외치던 여(女) 차장도 이때 등장했다. 승객이 모두 탑승하면 오라이를 외치던 버스안내인은 1990년대 초중반 자취를 감췄지만 산업화와 대중교통 발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현재 준대중교통으로 분류된 택시는 1919년 일본인 노무라 겐조가 미국의 닷지(Dodge) 두 대를 가지고 경성택시회사를 차리며 운행이 시작됐다. 당시 택시는 일본식 이름인 다꾸시로 불렸다. 경성택시는 미국 영업 방식을 본떠 종로통과 명동, 을지로 등을 돌며 손님을 태웠다.

7년 뒤인 1926년 택시미터기가 도입되며 운임도 규격화됐다. 미국식 단위로 2마일(3.2㎞)에 기본요금 2원, 0.5마일(800m)마다 50전을 받았다. 한국전쟁 뒤 미군 차량을 개조한 시발자동차가 나오면서 택시도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대중교통은 1962년 1차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산업화가 추진되며 급격히 발전한다. 1968년 경인고속도로가 개통한 뒤 한진고속이 서울과 인천을 연결하는 고속버스를 운행했고 도심과 도심, 도심 내 소규모 구역은 거미줄처럼 연결되기 시작했다. 도로교통 발달로 노동자들의 이동 편의는 크게 개선됐으며 인력 이동이 자유로워지자 경제개발계획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택시산업 역시 1962년 새나라자동차가 도입되며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한국 GM의 전신인 새나라자동차는 서울에 2000여대가 넘는 새나라자동차 택시를 공급했다.

국내 대중교통은 1974년 8월 서울역과 청량리 구간을 운행하는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면서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 버스와 택시가 발달하며 도로에서 노면전차는 완전히 사라졌고 1984년에는 지하철 2호선이 개통했다. 최초로 지하철을 도입한 영국에 비해 100년이나 늦은 역사지만 한국의 지하철은 현재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강남구 한 지하철 역에서 시민들이 교통카드로 지하철 요금을 결제하는 모습/뉴스1DB ⓒ News1

2000년대 들어 국내 대중교통 정책은 노선과 차량 운행을 늘리는 것에서 벗어나 관련 제도를 개선해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이 전환됐다. 지하철 등 우리나라 대중교통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배경에는 이같은 소프트웨어 발전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민간 시내버스 사업자가 적자 증가로 운행을 중단하거나 노선을 폐지하는 일이 늘어나자 2001년 버스 사업자에 대한 재정지원을 실시했다. 적자노선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지난 2004년에는 버스 준공영제도 본격 도입됐다.

이 제도는 그동안 민간이 전적으로 담당했던 대중버스 산업을 공공이 지원해 국민의 교통 복지를 증진시키고자 도입됐다. 상대적으로 이용률이 저조한 노선도 안정적으로 운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준공영제가 도입되며 공공이 버스 노선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은 필요에 따라 버스노선을 계획하는 권한을 가지는 대신 버스를 보유한 민간 업체에게는 수익 보전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대중버스의 공공성은 한층 강화됐고 소비자들이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된 것이다. 버스 공영제는 2009년에 이르러 대전과 대구, 광주, 인천, 부산 등 전지역으로 확대된 상태다.

지난 2007년 도입된 수도권 통합환승요금제는 교통 복지가 큰 폭으로 개선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하철과 시내버스, 마을버스를 바꿔 탈 때마다 요금을 따로 내야했던 운임제도가 거리에 따라 결정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부담도 크게 줄어들었다.

수도권 통합요금제(서울 기준)에 따라 지하철과 전철, 시내버스, 마을버스는 환승시에는 기본요금(기본거리 30㎞)에 5㎞마다 100원씩 추가요금이 지불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0년 중반 이후 교통카드 사용이 늘어나 교통카드를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가 개선됐다"면서 "앞으로는 통합환승요금제가 전국 지자체에 도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안전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aezung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