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해종합건설, 하도급업체에 미분양 강매 의혹…문인식 사장 피소

서해건설 "사전협의 및 계약서에 명시, 법적 문제없어"
김경협 의원실, 문인식 사장 국감 증인 채택 검토

서해종합건설이 대물변제 명목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사실상 강매했다며 일부 하도급업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일러스트=류수정 디자이너ⓒ News1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시공능력평가 71위의 서해종합건설이 하도급대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대물변제를 통해 미분양 아파트를 사실상 강매했다는 이유로 일부 하도급업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두 곳의 하도급업체는 김영춘 서해건설 회장과 문인식 사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으며 마포경찰서가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와 별도로 김경협 국회교통위원회 위원(새정치민주연합)은 오는 13일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문 사장을 증인석으로 불러 이에 대한 문제를 추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건설업계에 만연한 불공정 하도급거래 행위를 여과 없이 보여준 사례라고 판단한 것이다.

8일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사기 및 부당이득죄 혐의로 피소된 서해건설은 법정 대리인을 통해 하도급업체에게 미분양 아파트를 대물변제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서해건설은 대물변제에 대한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됐고 하도급업체와 사전에 협의됐다는 점을 근거로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물변제란 원청기업이 하도급업체에게 줘야할 대금을 현금 및 어음이 아닌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대신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종합건설회사가 자금 사정이 어려울 경우 선택하는 방식으로 아파트 분양권이 주로 대물변제 대상이 된다. 하도급업체는 분양권을 팔거나 준공 후 매각해 대금을 회수하게 되는데 이때 아파트 가격의 100%가 대물변제 금액으로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해건설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자산조경개발과 부승산업(폐업)은 이 회사가 대물변제를 악용해 미분양 아파트를 하도급업체에게 강매했다며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하도급업체가 서해건설이 미분양 아파트를 강매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계약서에 명시된 대물변제 조건에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해건설은 하도급거래 계약서를 작성할 때 미분양 아파트를 대물변제할 수 있다는 근거를 명시하며 금액의 20%만을 공제로 인정해준다는 특약을 삽입했다.

예컨대 대금 10억원을 지급해야하는 서해건설이 2억2500만원 짜리 미분양 아파트를 하도급업체에게 대물변제하면 이 가격의 20%에 해당되는 4500만원만 공제금액으로 인정해주는 식이다.

미분양 아파트 분양가격 전부가 공제금액으로 인정되지 않아 하도급업체들은 이에 대한 차액을 잔금명목으로 서해건설에게 다시 지급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 2억2500만원 짜리 아파트라면 4500만원을 제외한 1억8000만원을 서해건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결국 어음으로 결제 받은 9억5500만원에서 서해건설에게 잔금명목으로 납부한 1억8000만원을 제하면 하도급대금 10억원 중 7억7500만원 만 지급받은 셈이다.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등록세와 재산세, 잔금을 납부하기 위해 받은 대출 이자 등을 감안하면 피해금액이 더 크다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건설기업 관계자는 "건설회사가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불가피하게 아파트를 대물변제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중 일부만 공제금액으로 인정하고 잔금을 따로 납부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은 처음 본다"며 "헐값에 팔아야하는 미분양 부담을 하도급업체에게 전가하는 한편 줘야 할 하도급대금 부담을 덜어냈다는 점에서 업계 상도의에 벗어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서해건설과 거래했던 터파키 전문업체 부승산업은 잔금납부에 대한 부담과 자금난으로 지난 2011년 폐업하는 등 하도급업체 일부가 아파트 강매에 따른 피해를 주장하고 있지만 서해건설은 사전에 협의가 된 상황이어서 위법행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해건설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를 대물변제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해 사전에 설명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이들 업체는 서해건설과 수년 간 거래를 해왔던 곳인데 이런 방식에 부담을 느꼈다면 계약을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도급업체에게 아파트를 대물변제했던 경주 도동지구 그랑블 현장은 발주처인 한국토지신탁으로부터 서해건설 역시 아파트를 대물변제 받았다"면서 "이 사업장은 13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급보증을 부담한데다 발주처로부터 못 받은 공사대금까지 더하면 2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어서 자금사정상 어쩔 수 없이 하도급대금 일부를 대물변제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서해건설 해명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하도급거래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대물변제 방식에 대한 사전설명이 없었던 것은 물론 원청업체와 하도급업체의 관계를 감안하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행위라고 반박했다.

자산조경개발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가격의 20%를 대물변제 금액으로 인정해준다는 특약은 계약 당일 확인하게 된다"면서 "이를 사전에 협의가 됐다고 표현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특약을 확인했더라도 약자인 하도급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을 안고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물변제 방식에 불만을 가지고 계약을 거부하면 우월적 지위에 있는 원청업체가 공사를 맡기지 않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영세업체는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서해건설과 계약관계를 유지했던 자산조경개발은 이 기간 동안 전체 매출액의 48%를 서해건설 발주 공사에 의존하던 처지였다. 서해건설의 대물변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회사 문을 닫아야할 형편이어서 어쩔 수 없이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부담을 떠안아 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부 하도급업체들이 서해건설의 미분양 아파트 강매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자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김경협 의원실 관계자는 "서해건설이 미분양 아파트를 하도급업체에게 떠넘기는 과정을 살펴보면 종합건설회사가 갑의 위치를 이용해 영세업체를 쥐어짜는 건설업계의 관행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회사의 대표이사를 국감 증인석으로 불러 불공정 하도급거래에 대한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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