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주거안정 포기?…공공임대리츠 알짜 민간사업자 몰아주기 논란

10년 공공임대주택 5년뒤 분양전환…가격 제한 폭 없어
국토부 "가격 통제 가능", 관련 법안 만들지도 못해

(세종=뉴스1) 진희정 기자 = 임대주택 공급으로 서민주거 안정을 취해야 할 정부가 정작 민간사업자만 챙긴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9·1부동산대책'을 통해 공공임대리츠 5만가구를 비롯해 2017년까지 최대 8만가구의 임대주택으로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한다고 했으나 임대주택 관련법 등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오히려 민간에게 금싸라기 땅만 저렴한 값에 넘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국민주택기금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50% 공동 출자하고 민간 투자자가 나머지를 투자한 부동산투자회사 '리츠'를 활용키로 했다. 공공임대리츠는 민간과 공공이 공동 투자한 리츠가 임대주택을 건설·공급하고 임대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이다.

민간자본 투자를 유도해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LH의 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된 것. 지난달 초 영업인가를 받은 공공임대리츠 1~2호는 기관투자가들의 높은 관심 속에 75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국토부는 9·1부동산대책이 적용되는 공공임대리츠 3호부터 기관투자가에 한정됐던 투자풀을 개인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LH 부채가 많이 쌓여있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대한 작동이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다"면서 "공공임대리츠 방식으로 도입함으로써 LH 부채 증가 없이 안정적으로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정 기간 임대 후 분양전환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리츠 위주의 임대주택 공급 방식이 서민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간사업자는 공공주택특별법상(공특법) 공공임대사업자의 지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리츠 설립을 통해 임대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땅을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받을 수 있다. 또 분양전환시 공급 규정이 없기 때문에 민간에서 원하는대로 가격을 올릴수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여기에 민간의 참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향후 분양전환을 염두해 위례신도시나 하남미사 같은 인기지역에 국한될 수 밖에 없다.

윤철한 경실련 팀장은 "임대주택리츠를 통해 실시되는 10년 임대주택은 10년 후 분양되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수익률이 나쁜 곳은 민간이 들어오지 않는데다 알짜 땅을 싸게 넘기면서 향후 민간이 분양전환을 위해 값을 올려도 제재할 마땅한 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공공임대리츠는 주거복지 뿐만 아니라 임대수익으로 유지되는 상품으로서도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리츠 평균 수익률은 7%로 서울 전월세전환율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추진된 공공형 리츠사업인 인천 도화지구 '누구나집' 프로젝트의 경우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95% 정도로 책정되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의 재고량을 늘리는 것이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궁극적 대책이라고 강조한다. 전월세 주택은 2년간만 임차인이 보호되고 계약기간 종료 후 전월세 가격의 상승 우려가 존재한다. 반면 공공임대주택은 마음편히 장기간 거주가 가능하며 임대료 상승 우려도 민간에 비해 적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제도적 허점이 많은 상태에서 공공임대리츠가 활성화 될 경우 전월세 주택처럼 5년간만 임차인이 보호되고 분양전환이후에는 가격 상승의 우려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국토부가 대규모 택지 공급시스템인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전체 공동주택 면적의 20% 이상을 임대주택용으로 확보해야 하는 동법 시행규칙도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부동산 대책은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말을 빼도 별 문제가 없을 정도다"며 "사실상 재건축 살리기 정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다 공공이 주도하는 신도시도 없어지고 임대주택도 리츠로 공급하는 것이라 민간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공공임대리츠 관련 정부입법을 추진하고 있으나 법안 자체도 만들지 못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가격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분양전환시 임대료가 급등하거나 분양가가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hj_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