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겪는 신정2-1 재개발, 삼성물산 책임론도 대두
정화위 "분담금 폭탄 우려" VS 조합 "사업성 충분, 재개발 진행해야"
일각 "시공사에도 책임, 삼성물산도 함께 책임져야"
- 최동순 기자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서울 양천구 신정3동 일대에는 이른바 '빨간 벽돌집'으로 불리는 80년대식 다세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노후 주택지가 밀집된 신정2-1구역은 2005년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10여년 간 재개발이 추진 중이지만 사업에 대한 찬·반 의견이 갈리면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다.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분담금 폭탄에 대해 주민재산 수호정화위원회(정화위)와 조합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고수하고 있어 주민들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신정뉴타운 2-1구역 골목 곳곳에 재개발을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측의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는데서 목격할 수 있었다.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찬·반 양측의 갈등은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골목에서 작은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할머니는 "재개발 때문에 동네 분위기가 흉흉해졌다"면서 "재개발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빨리 결정이 났으면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화위, "분담금 폭탄 우려, 쫓겨나는 재개발 될라"서울 양천구 신정3동 1175번지 일대의 신정2-1 구역은 2010년 5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후 4년이 넘도록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설계 변경을 포함한 사업시행변경인가 안건이 조합 총회에서 불결된 이후 관리처분계획 총회 단계까지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업시행변경인가 안건이 조합 총회에서 번번이 부결되고 있는 이유는 사업비 증액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정화위 측은 사업시행변경 안건이 총회를 통과하면 당초 계획됐던 금액보다 사업비가 1000억원 가량 늘어나게 된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한다.
사업시행변경 안건에서 종전 계획보다 사업비가 1000억원 가량 늘어난 이유는 조합이 재개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용적률을 상향조정하는 대신 중소형 아파트 비중을 늘린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과 기존에 반영되지 않았던 국·공유지 매입비 비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계원 정화위 대표는 "사업비가 1000억원 늘어나면 추가분담금이 2억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며 "많은 주민들이 수억 원의 분담금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쫓겨나는 재개발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정화위는 조합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추가분담금 수준을 1억원 안팎으로 보고 이를 공식적으로 못박을 수 있는 방식을 통해 분담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분양수익과 리스크를 책임지고 조합원은 지분율만큼 확정된 개발이익을 제공받는 지분제 계약을 통해 추가분담금 확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여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시공사와 조합의 설명대로 신정2-1구역의 사업성이 뛰어나다면 삼성물산이 이를 보장해주는 지분제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며 "또 조합은 현금청산제도의 보장을 통해 조합원들이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합, "수익성 충분, 사업지연으로 분담금만 더 늘어날라"반면 조합은 주변의 아파트 시세 수준에서 일반분양가만 맞춰도 사업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합은 정화위가 서울시의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분담금 폭탄을 우려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은 신정4구역에서는 지난 5월 일반분양이 진행됐는데 이때 3.3㎡당 분양가는 평균 2080만원으로 서울시 조사결과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붙인 신정4구역의 일반분양 성적도 괜찮았다. 59㎡(이하 전용면적)은 1순위에서 모두 청약마감됐고 84㎡A~D 주택도 모두 순위 내에서 청약마감에 성공했다.
신정동 S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신정 4구역과 비교해보면 신정2-1구역의 일반분양가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3.3㎡당 1900만원은 넘을 것"이라며 "주택경기 침체에도 신정동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들의 분양성적은 양호하기 때문에 사업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임영호 조합장은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하지만 재개발이 지연되면 오히려 분담금이 늘어나는 역효과만 발생할 수 있다"면서 "주변 아파트 분양가와 시세를 감안했을 때 사업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임 조합장은 "주민들이 하나로 뭉쳐서 시공사의 마진은 줄이고 주민의 권익을 늘리는 동시에 재개발을 신속히 추진해야만 조합원들에게는 더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사업 해제되면?…매몰비용 부담 또 다른 논란
이처럼 사업 찬·반을 둘러싼 이견이 첨예한 상황에서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재개발 사업이 해제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신정2-1구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재개발과 관련된 매몰비용 책임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합원 김모씨는 "10여년 간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1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됐다"며 "재개발 사업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 여부가 어떻게 결론날지 모르겠지만 사업이 취소되면 결국 이 비용은 모두 조합원들이 부담해야해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조합은 관리처분인가 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시공사인 삼성물산으로부터 100억원을 대여받아 현재 99억원 가량을 사용한 상태다. 사업이 해제수순을 밟을 경우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연대보증을 한 조합 임원의 재산을 압류하는 방식으로 원금을 회수해야만 한다. 이럴 경우 사업이 취소되더라도 시공사-조합-조합원으로 이어지는 구상권 청구소송으로 동네가 황폐해질 수 있다는 게 이 구역 주민들의 걱정이다.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매몰비용을 손금처리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고 이같은 이유다. 올해 초 제정된 '매몰비용 손금산입법'은 사업해산에 따른 조합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공사가 대여금을 손실로 처리하면 법인세 감면을 통해 비용의 22%를 간접적으로 보전해준다는 게 핵심이다.
김모씨는 "시공사가 사업을 더이상 끌고갈 의지가 없다면 대여금을 투자비용으로 보고 손실로 처리하는 게 맞다"면서 "사업이 취소되면 시공사에게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doso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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