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판교도 학군따라 1억差" 혁신학교 들어서면 '집값' 오른다?
[혁신학교, 오해와 진실 上]일부 혁신학교 '학군 프리미엄'
우수학교 진학률=학군 프리미엄=집값 상승 '판단'은 지양해야
- 임해중 기자, 최동순 기자
(서울=뉴스1) 임해중 최동순 기자 = 연재 목차 [上]혁신학교 들어서면 '집값' 오른다?…상관 관계는[中]'학력저하' 편견, 수업혁신으로 해소…품행·인성 교육도 성과 [下]'반쪽' 혁신학교 안되려면…"진보·보수 '틀' 깨야" 전국 연합학력평가가 치러진 지난 12일. 성남의 보평 초·중·고교가 몰려 있는 이른바 보평학군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보평 초등학교 배정가능, 융자없이 전세 5억원'이라는 식의 매물광고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 학군을 강조하고 있는 이 문구들에는 보평학군에 배정받을 수 있는 단지들도 자세히 소개됐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더해 '혁신교육 클러스터'가 완성된 이 지역 학군의 위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보평학군에 배정받을 수 있는 동판교 아파트는 삼평동 봇들마을 7단지(전용면적 84㎡)와 9단지 금호어울림(전용면적 101㎡), 백현동 백현마을 2단지(전용면적 84㎡) 등이다. 동판교의 간판 아파트인 이들 단지는 각각 8억500만원, 9억2000만원, 8억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경계로 맞닿은 서판교 아파트에 비해 매매가격이 1억∼2억원 가량 높게 형성된 상태다.
삼평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보평학군이 완성된 이후 학군에 따라 매매가격은 물론 전셋값도 큰 차이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같은 봇들마을 아파트라도 보평학군에 속한 7·9단지가 1, 2, 4단지에 비해 매매와 전셋값이 각각 1억5000만원, 1억원 이상 비싼 점이 이같은 학군 프리미엄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봇들마을 L공인중개업소 대표는 "2009년 보평초·중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된 이후 이들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아파트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면서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된 보평고 학생의 절반 가량이 지난해 수도권 주요대학 진학에 성공하면서 아파트값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말했다.
혁신학교가 인근 주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은 의미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귀족학교로 둔갑한 사립학교 위세에 밀려 일반 공립학교는 "성적이 떨어지거나 없는 집 자식이 진학한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혁신학교의 프리미엄이 서서히 형성되면 이같은 편견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이런 인식의 전환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보평학군이 뜨면서 동판교가 수도권의 신(新)부촌으로 자리잡은 점은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낼 여유가 있는 중산층 이상 학부모들도 학군에 따라 일반 공립학교를 선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의 한편에는 혁신학교의 분명한 한계가 드러난다. 집값 상승 현상이 신흥 부촌에 들어선 일부 혁신학교 중심에 국한됐고 고등학교의 대학진학률에 따라 가격 상승폭도 크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실제 보평학군은 혁신학교로 지정된 보평초·중교의 특화 커리큘럼과 과학중점학교인 보평고의 대학진학률이 높다는 점이 알려지며 명문학군으로 발돋움했다.
반면 학군이 지역별로 세분화된 서울의 경우에는 아직 혁신학교의 학군 프리미엄을 언급하기 이른 상황이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서울 강북 삼각산고는 학생 48명을 서울권 주요대학에 진학시키는 성과를 거뒀지만 인근 집값은 뚜렷한 변화 없이 기존의 가격이 유지되고 있는 중이다.
삼각산고 통학이 가능한 길음뉴타운 9단지 래미안 아파트(전용59㎡)의 매매가격은 현재 4억원 정도로 지난해 말부터 3억9500만∼4억500만원 사이에서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또 다른 서울형 혁신학교인 구로구 오류중은 학교 평판이 개선된 덕에 학군배정과 관련된 문의가 간간이 들어오지만 이주수요가 큰 폭 늘어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삼각산고 인근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삼각산고가 혁신학교로 지정된 이후 대학진학률이 개선되는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여유가 되는 학부모들은 자녀가 중학교를 졸업하면 대입 준비를 위해 학군이 우수한 곳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귀띔했다.
우수학교 진학률을 기준으로 혁신학교의 프리미엄이 결정되는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자칫 제도도입 취지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래서다.
한 교육 전문가는 "혁신학교가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학군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부풀려지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우수학교 진학률=학군 프리미엄=집값 상승이라는 기존의 공식이 혁신학교 성과의 판단기준이 될 경우 자유로운 교과 과정과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은 점을 이용한 또 다른 맞춤형 주입식 교육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전문가들이 혁신학교의 학군 프리미엄에 초점을 맞추는 일부 시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또 다른 이유는 학부모 소득 수준이나 성적에 따라 혁신학교별로 학생 구성원에서 차이가 나는 '학교 서열화'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다.
현재 보평학군에 속한 아파트들의 매매가격은 8억원이 훌쩍 넘은 상황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나 레이크 펠리스와 가격이 유사한 실정이다. 봇들마을 9단지 금호어울림(101㎡)의 전세가격은 6억2000만원 정도인데 이 가격은 비싸기로 소문난 잠실 갤러리아팰리스(123㎡) 전셋값과는 불과 6000만∼70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학부모가 잠실 송파에 입성할 수 있을 정도의 여력이 돼야지만 보평학군에 배정될 가능성도 커지는 구조다.
판교역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보평중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는 백현마을의 국민임대 아파트"라며 "본래 국민임대 아파트에 사는 학생은 보평중에 진학해야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 학교 정원이 다 차서 인근 신백현중에 배정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상인은 "이 과정에서 신백현중 학부모들이 임대아파트 학생들의 입학을 거세게 반대하며 주민들간 감정싸움이 벌어졌다"면서 "같은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상처받을 것을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이 앞섰다"며 한숨을 쉬었다.
전문가들이 혁신학교 평가에 '돈'이나 '점수'라는 잣대가 적용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혁신학교 진학과 관련된 진입장벽이 생기게 되면 '모든 학생이 혜택 받는 교육'을 실현하고자 도입된 혁신학교가 또 하나의 귀족학교로 둔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부섭 오류중 교사는 "혁신학교는 기존 교육의 문제를 극복하는 한편 수업혁신에 따른 기초 학력 증진, 인성 교육 유도 등의 복합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이는 새롭고 실험적인 시도가 아니라 교육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사는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무형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교육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유도해나가야만 혁신학교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학생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들어 나간다는 혁신학교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학군형성에 따른 집값 상승 등의 단편적인 시각으로 학교를 판단하는 일은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haezung22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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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6·4 지방선거 결과, 진보성향 교육감의 대거 선출로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 확대정책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혁신학교가 공교육 정상화의 대안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감도 높지만 일부 지역 혁신학교의 주변 집값이 '학군 프리미엄'으로 형성되면서 또 다른 '귀족학교'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혁신학교를 두고 진보와 보수라는 어른들의 잣대로 마름질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뉴스1은 혁신학교에 대한 세간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살펴보고 올바른 교육제도의 방향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