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59㎡거주 맞벌이부부 1월 관리비가 41만원? "줄줄 샌다"

중앙난방 적산열량계 오류 '들쑥날쑥'…관리비 신뢰성 의혹
정부·서울시, 관리주체와 사적 계약 문제 뒷짐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공동주택관리 개선을 위한 청책(聽策)워크숍에서 박원순 시장이 참석자들의 정책제안 토의를 경청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공동주택관리의 투명화와 비리예방, 관리비 인하, 공동체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3.1.25/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1. 지난달 백진희씨(33·가명)는 1월분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관리비가 '41만2520원'이나 찍혀 있었다. 난방비만 32만4350원에 달했다. 백씨는 지난해 12월분 관리비가 37만원 넘게 나오자 이번엔 거의 냉방으로 살다시피 보일러를 꺼둔채 지내던 터라 더 황당했다.

그는 분명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지만 "난방을 그만큼 쓴 걸로 확인됐으니 금액을 조정할 순 없다"는 답변을 듣고 분통만 터졌다. 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인 백씨는 주말을 제외하곤 보통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온다. 퇴근 후에야 보일러를 가동하기 때문에 이러한 난방비는 거의 '폭탄' 수준이다. 실제 백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동일 면적(전용면적 59㎡) 평균 난방비는 17만6709원이다. 백씨의 난방비가 2배 가까이 나온 것이다. 반면 백씨의 지난달 전기요금은 2만4720원으로 동일면적 평균(4만726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백씨는 "전기요금이 평균보다 절반 밖에 안 나온걸 보더라도 다른 가구들에 비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라며 "유독 난방비만 높게 나왔다는 건 상식적으로 과부과 가능성이 큰데도 관리사무소는 환급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2. 부천시 56㎡ 아파트에 사는 김씨는 지난해 12월 난방비만 28만원을 냈다. 겨울이라 난방을 좀 켜진 했지만 지난해 겨울보다 난방비가 10만원 가량 더 나와 의아했다. 점검을 받아본 결과 유량밸브와 온도조절기가 고장난 사실을 발견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난방비 전액을 납부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김씨는 "전문가도 아닌데 고장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억울했지만 부과된 금액을 내라는대로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파트 난방비를 둘러싼 불만은 끊이질 않는다. 특히 백씨가 살고 있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대림e편한세상 1차 아파트처럼 단지내 중앙기계실을 통해 특정시간에만 난방과 온수를 공급해주는 '중앙난방'식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중앙난방은 한 겨울엔 하루에 2시간씩 3~4차례 난방을 공급해준다. 보일러를 켜고 싶어도 중앙에서 공급해주지 않으면 난방이 되지 않는다. 일종의 '비자발적' 절약이 가능한 셈으로 통상 개별난방보다 난방비가 적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치명적 결함이 있다. 적산열량계의 배터리가 닳거나 고장날 경우 난방비가 심지어 '0'원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전체 사용량을 각 가구별로 배분해 난방비를 부과하는 시스템을 갖춘 중앙난방은 실사용량보다 요금이 덜 부과된 가구의 몫을 다른 집이 덤터기를 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아파트 입주민 한 관계자는 "이사 오고 나서 난방비가 생각보다 적게 나와 원래 그런줄 알았는데 적산열량계를 교체하고 나서 다음달에 10만원 가량 더 나와 과부과된게 아니냐고 항의한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전에 나왔던 요금이 실제 사용보다 적게 부과된 것으로 확인돼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그동안 실제보다 적게 쓴 난방비를 누군가에게 전가한 셈이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자 난방비 부과에 대한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도림 대림1·2차 관리사무소장은 "열량계의 고장으로 난방비가 실제보다 많이 나왔을 경우 언제부터 고장 났던 것인지를 알아야 그 기간을 따져 소급적용해 환급할 수 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확한 고장 시점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환급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난방비 문제는 파악 못해…정부도 뒷짐서울시는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전반적인 부실 운영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 벌인 민관이 합동으로 벌인 실태조사에서는 부정행위 168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올해 매달 2개 단지에 대해 아파트 관리비 실태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아파트 보수공사나 장기수선충당금 운영과 관련된 부정행위 등이 적발됐을 뿐 난방비 부과에 대해선 아직 드러난 사실이 없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난방비가 과도하게 부과된 정확한 원인 등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 원인이 적산열량계의 교체주기가 지나서인지, 관리주체의 하자 문제인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며 "만약 난방비가 과부과된 것이 입주민의 과실이 아니라면 민법상 관리사무소측에 환급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파트 관리실태에서는 이같은 문제가 드러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난방 계량기에 대한 문제는 '계량에 관한 법률'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계량의 정확성을 높이는 기술적 보완을 실시하고 있지만 입주민과 관리주체의 사적 협약에 대한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국토부는 국가기술표준원과 함께 아파트 관리규약의 가이드라인인 표준 준칙을 만들어 과부과된 난방비에 대해 최근 3개월간 평균금액을 적용하거나 동일면적 아파트에 부과된 금액을 부과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구속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앙난방은 누군가 실제 사용량보다 난방비를 덜 내면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구조여서 문제가 된다"며 "난방비가 과부과되면 환급을 해주거나 정정을 해주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리규약에 환급 기준이 없으면 입주민의 과반수가 찬성해 반영할 수 있다"며 "다만 소관부처는 아니지만 이를 법률에 넣어 명시히는 건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byj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