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미끼 매물' 여전…"세입자 두번 운다"

수요 몰리는 중소형·無대출 전세 실거래가 높아
매매가 격차 더 줄어 세입자 고통속 매매전환 압박
무리한 대출로 깡통전세 우려…거래활성화 속단 일러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2. 상도더샵1차 59㎡도 마찬가지다. 인터넷과 부동산정보업체에선 3억2000만대에 전세 매물로 등재돼 있지만 막상 찾아가보면 계약이 끝났거나 가격을 2000만~3000만원 가량 올려줘야 한다. 매매가는 4억2000만~4억3000만원으로 전세가율은 80%에 달한다. 오는 4월 입주를 앞둔 상도더샵2차의 경우 85㎡ 전세는 3억5000만원, 매매가는 4억9000만원 선에서 호가가 나온다. 전세가율 71%. 알려진 것보다 실제 전세가격이 더 높아 발길을 돌리거나 매매 전환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14년째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희수씨(가명)는 지난달 집주인과 실랑이를 벌였다. 김씨가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 공덕래미안3차 85㎡ 아파트 전세보증금은 4억9000만원. 2년전 3억9000만원에 비해 무려 1억원이나 뛴 것이다. 전셋값 시세를 보니 5억원에 달해 집주인이 그나마 재계약을 조건으로 1000만원 깎아준 셈이다.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6억4000만원으로 전세가율은 78%에 달한다. 집주인은 김씨에게 집을 사지 않을 거라면 올려 받을 보증금 1억원을 월세(50만원)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김씨는 협의를 통해 월 40만원으로 낮추는 조건으로 재계약했다.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세입자들이 '미친 전셋값'에 떼밀려 일부 중개업소의 인터넷 허위·미끼 매물에 허탕 치는가 하면 전세가율이 높아져 내집 마련의 압박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18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각각 62.1%, 63.3%였고, 부동산114 기준으로는 서울 아파트의 경우 60.4%였다. 앞서 세입자들의 '체감' 전세가율은 70~80%로 이보다 높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데는 크게 3가지 원인이 작용한다. 우선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셋값 상승폭이 더 크다. 또한 집주인이 대출을 많이 낀 전세 매물의 경우,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떼일까 외면해 가격이 크게 낮아 평균 전세값을 떨어뜨리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여기에 매매가격이 매우 높은 탓에 전세가율 50%대인 강남 아파트들이 평균치를 낮추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중간층 기준으로 전세 상한가와 하한가의 평균가로 계산한 가격을 발표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원하는 전세와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집주인이 대출을 안고 있지 않은 아파트 전세금이 더 높은 것도 체감가격을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간 단위로 회원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실거래가 외에도 호가도 반영하고 있는데 변동률이 10% 넘게 차이를 보이면 전수조사를 해서 보정작업을 한다"고 덧붙였다.

포털 등 인터넷 부동산 가격의 '미끼 매물' 등도 여전해 세입자들의 고통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인터넷에 전세가격을 표시한 중개업소들이 매물 정보를 늦게 업데이트를 해서 실제는 이미 계약이 끝났거나 가격이 더 올라 있는 뒷북 정보인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일부는 마케팅 차원에서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춰 상담을 통해 다른 아파트 전세를 소개하거나 매매계약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전세 만기를 앞두고 이사집 마련에 시달리는 세입자들은 매매로 전환하기도 한다. 어차피 전세대출금을 받아 이사를 가는데, 무리를 해서라도 금리가 좀 더 싼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전셋값이 급등하니 집값을 밀어올리는 게 아니냐는 판단도 작용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매매 거래량은 85만2000건으로 전년(73만5000건)에 견줘 15.8% 증가하는 등 예년 평균(2008~2012년) 85만6000건에 근접했다. 국토부는 전세의 매매전환 등을 포함한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을 토대로 거래량이 살아났다는 평가다.

하지만 치솟는 전셋값을 버티다 못해 무리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소위 비자발적 매매전환 수요를 건전한 거래 활성화로 판단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도달한 상황에서 매매가격 상승 전환을 발판 삼아 주택 구입을 유도해 전세시장의 안정을 꾀하려는 정책은 이미 한계점을 맞고 후폭풍도 거셀 것"이라며 "깡통전세와 같은 문제들이 터지기 전에 정부가 임대료 규제와 민간 임대사업자 육성 등 임대차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매시장의 반등의 바로미터로 작용했던 전세가율 공식은 과겨형이란 분석이 많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예전에는 주택을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로 생각했고 실제 판교처럼 강남의 대체 신도시가 조성되며 분위기를 달궈 추격 매수가 활발히 붙으며 전세가율 60% 돌파 후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하지만 지금은 저가 매물이나 경매로 나온 급매물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이 몰려 과거처럼 전셋값 상승세가 집값을 밀어올리는 추진동력이 약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매매시장은 오랜 기간 조정을 겪었기 때문에 소폭의 반등을 보이고 전셋값은 하반기 입주물량이 집중되면서 안정세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byj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