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說 숨길것 없다" 유동성 확보 사활 건 건설사
GS건설 유상증자·파르나스 매각추진 인정
불확실성 제거 신뢰회복 우선 주가에 긍정적
경남기업·동부건설·두산건설 등도 현금확보
- 전병윤 기자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건설기업들이 적극적인 자산 매각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실적 부진과 일부 유동성 압박을 받는 기업들 뿐만 아니라 호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도 선제적 대응으로 나서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업계 6위인 GS건설은 지난 6일 2013년 실적을 발표한 직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컨퍼런스 콜을 가졌다.
GS건설은 국내·외 부실 사업장의 손실을 반영하며 지난해 9373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냈다. 애널리스트들은 전화회의를 통해 올해 사업계획 등을 꼬치꼬치 캐물으며 흑자전환 시기를 가늠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에 따른 재무적 악화를 상쇄하기 위한 유상증자나 보유 자산의 매각 여부를 집중 질문했다.
GS건설은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는 전제로, 유상증자나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 등을 보유한 '파르나스'의 지분 매각을 검토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통상 기업들이 이처럼 유상증자나 자산매각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언질'을 준 건 이례적이다. GS건설은 다음날인 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고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도 응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기존 주식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로 루머만 돌아도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악재"라며 "하지만 올해 주택사업을 재개하기 위해선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만큼 선제적인 모든 조치를 검토해야 하므로 시장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조금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솔직히 대화하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의 주가 하락을 염려하는 것보다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이처럼 중소형 업체 뿐 아니라 대형 건설기업들도 장기 불황을 맞아 상시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마지못해 뒤늦게 추진하는 자구노력은 기업 경영을 더욱 악화시킬 뿐 아니라 거래의 성사 확률도 떨어뜨린다. 궁지에 몰려 자산을 팔려면 인수자들이 가격을 최대한 깎기 위해 뒷짐을 지고 관망하는 경우가 다수여서다.
GS건설의 경우 올해 주택시장의 거래 확산과 매매가격 반등을 근거로 2009년 이후 움츠렸던 국내 주택사업을 6년만에 재개하기로 경영방침을 세웠다. 국내 아파트 분양 목표를 1만2000가구로 잡았는데 지난해 3000가구 대비 4배 늘어난 규모다. 사업 진행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염두에 둬야 해서 유상증자와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GS건설은 자산가치만 1조원을 웃도는 파르나스의 지분 68%를 보유하고 있어 매각에 성공하면 6000억원대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또한 2012년에 인수했던 스페인 수처리 업체인 '이니마'가 보유한 자산 매각도 검토 대상에 올렸다.
GS건설은 현재 현금성 자산 1조8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선제적인 조치를 마련, 신규사업 등 훗날을 대비하겠다는 계산이다. 유동성 개선을 위한 타이밍을 적어도 반박자 빨리 가져간다는 판단이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경남기업은 반대의 경우에 해당된다. 경남기업은 지난해 10월 워크아웃 졸업 2년만에 재신청하는 좌절을 맛봤다.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인 베트남 랜드마크72빌딩을 팔지 못해 수년째 여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경남기업은 공사비만 1조원 가량 들어간 베트남 하노이의 최고층 빌딩인 랜드마크72 사업을 벌이다 자금난을 겪었는데, 이 빌딩의 처분이 미뤄지면서 반복적인 자금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아파트동은 대부분 분양을 완료했지만 업무시설과 상업시설이 들어선 타워동의 매각은 여의치 않다.
지난 12일 채권단은 경남기업에게 △운영자금 3800억원 △출자전환 1000억원 △지급보증 500억원 등 총 5300억원을 지원키로 최종 합의하고 경영정상화계획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로 했다. 경남기업 유동성 개선에 키를 쥔 랜드마크72빌딩 매각을 위해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내년말까지 매듭 지을 방침이다.
부동산투자회사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의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지만 아직 정점 회복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랜드마크72빌딩을 1조원대에 매각하는 건 어려워 보여 가격을 낮춰 빠른 시일안에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건설은 동부익스프레스와 당진발전 지분 매각에 집중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이 지연되면서 지난달 매각주관사를 큐캐피탈에서 KTB PE로 교체했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오피스빌딩 지분을 3616억원에 팔아 공사미수금과 지분투자액을 제외하고 2928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동부건설의 올해 회사채 만기규모는 1950억원이다. 동부건설은 김포풍무지구의 미분양 아파트 매각과 계양 센트레빌의 전세전환 등을 통해 현금 확보를 위한 고삐를 죄고 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주관사를 바꿔 4월말까지 매각을 진행해 나가고 있으며 이곳에서만 1700억원의 현금 유입이 가능하다"며 "미분양 아파트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최대한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건설은 회사채 상환 등을 위해 5억달러 규모의 해외사채 발행을 검토했으나 최근 글로벌 시장 불안을 감안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두산건설의 올해 회사채 만기잔액은 2279억원. 두산건설 관계자는 "해외사채 발행을 검토하던 중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악화된 상황이라 타이밍을 좀더 살펴보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신용등급(BBB+)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회사채 발행이 어렵긴 하지만 자체 상환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건설도 지난해 1000억원을 웃도는 손실을 반영, 자본잠식 위기에 놓였다. 신세계건설은 골프장 건설에 따른 차입금이 대폭 늘어났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손실로 무려 190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트리니티CC 회원권 분양을 통해 최대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부실사업장의 대손상각을 대부분 완료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유상증자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착공을 시작하지도 못한 길음 프로젝트의 경우 일단 손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고 골프장 건설로 차입금이 늘면서 부채비율이 1년만에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며 "현재로선 그룹 차원의 유상증자 지원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대건설의 회사채 발행 결과는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현대건설은 오는 5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할 목적으로 만기 5년짜리 무보증 회사채 1000억원 발행을 위한 수요조사를 실시했는데,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1900억원이 몰렸다. 대형 건설업체의 회사채라고해도 지난해까지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발행금액을 밑도는 미달을 보여 발행주관사에서 물량을 떠안았던 걸 감안하면 큰 관심을 끈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과거 워크아웃을 진행하면서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경영개선을 선제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며 "또한 부실 해외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대손상각을 조금씩 반영해 실적 변동성을 줄여온 점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yje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