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종로 건설밸리' 시대…대형건설기업 '한판 경쟁'

GS건설 26년만에 역전타워서 '그랑서울'로 "종로시대 개막"
현대건설 계동사옥 본관으로 이전 현대ENG도 목동서 이사
대림산업 비롯 대우·SK·한화·금호건설 등 8개사 종로라인 둥지

GS건설의 새로운 본사인 서울 청진동 '그랑서울' 전경/사진제공=GS건설 © News1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GS건설이 26년간 본사로 쓰던 서울역 역전타워를 매각한 뒤 새해부터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 빌딩으로 새살림을 꾸리며 재도약에 나섰다. 현대건설도 다음달 16년만에 계동사옥 별관을 벗어나 본관으로 복귀한다. 별관 자리에는 목동에서 4개 빌딩에 흩어져 있던 현대엔지니어링이 들어온다.

이렇게 되면 종로구 계동의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청진동 GS건설, 인사동 SK건설, 수송동의 대림산업, 신문로의 대우건설 등 업계 10위권 이내 대형 건설기업의 본사가 종로구를 관통하는 주요 도로를 따라 줄 지어선 이른바 '컨스트럭션(건설) 밸리'를 형성하게 된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 2일부터 본사를 서울역 앞 역전타워에서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로 옮기고 대부분 부서 이동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GS건설은 1988년부터 무려 26년 동안 본사로 사용하던 역전타워를 떠나 종로 시대를 열었다. 공간이 협소해 GS강남타워에 흩어졌던 플랜트본부와 발전환경사업본부도 그랑서울로 합류했다.

GS건설은1969년 종로구 관철동 대왕빌딩에서 락희개발 주식회사로 창립했고, 럭키개발로 사명을 바꾼 후 1988년 역전타워를 매입해 사옥으로 써왔다. 1995년에 LG건설로, 그룹 분리 후인 2005년 GS건설로 사명을 변경한 뒤 지난해까지 역전타워에 둥지를 틀었다.

26년 만에 종로시대를 연 GS건설의 본사 이전은 건설업 불황의 그늘과 맞물려 있다. GS건설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건설·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로 인한 아파트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떠안아야 했고, 돌파구로 삼았던 해외사업에서도 출혈경쟁 탓에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면치 못했다.

GS건설은 지난해 비영업용 자산을 매각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역전타워를 베스타스자산운용에게 1700억원을 받고 넘겼고 문정동 롯데마트 송파점을 2000억원에 팔았다. GS건설은 2개 타워로 구성된 그랑서울 1개 타워를 임차해서 쓰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경영진과 직원들이 신년 간담회를 갖고 올해는 힘들더라도 뼈를 깎는 고통 감내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하반기 흑자 전환을 기필코 달성한다는 의지를 다졌다"며 "서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종로에서 새로운 각오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도 다음달부터 계동사옥 본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본관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발자취가 짙게 밴 곳으로 현대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현대건설은 계동사옥 본관으로 다음달 이전한다. 뒤편으로 계동사옥 별관이 보인다./사진제공=현대건설© News1

당초 현대건설은 본관과 별관을 소유했으나 자금난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던 2001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현대차그룹에게 넘기고 별관인 뒷방으로 물러났다. 그 이후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본관 재입성의 길이 열렸다. 본관을 빌려쓰던 보건복지부가 지난해말 세종시로 내려가면서 그 자리에 현대건설이 입주하기로 한 것이다. 13년 만의 귀환이다.

현대건설은 계동사옥 본관 이전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2위와의 격차가 워낙 커 비교 대상으로 삼기도 어려울 정도로 독보적이었던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는 임직원들의 감회는 남다르다는 후문이다. 현대건설이 떠나게 될 계동사옥 별관 자리엔 현대엔지니어링이 들어온다. 현대엔지니이링은 목동에 위치한 현대41타워와 KT빌딩센터·현대드림타워·CBS 등 4곳에 흩어져 생활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부서간 협업을 하거나 회의를 하려면 주변 빌딩으로 많게는 하루에 십여번 왔다갔다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계동사옥 별관으로 한 곳에 뭉치면 이런 불편이 사라지고 업무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현대엔지니어링과 협의를 하기 위해 오전과 오후 2차례씩 계동과 목동을 오가는 버스를 운행해야 할 정도로 불편한 점이 있다"며 "계동사옥으로 옮기면 두 회사가 시너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워크아웃 중인 금호건설(종로구 새문안로 금호아시아나 본관)과 위치는 조금 다르지만 중구 장교동에 본사를 둔 한화건설을 포함하면 종로 일대에 주요 건설사들이 운집해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관점으로 보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분산보다 통합을 지향하는 경향이 나타나므로 계열 건설사를 끼고 있는 곳은 합병하거나 비슷한 지역으로 모이려 할 것"이라며 "종로 일대에 건설업체의 본사가 많은 특정한 이유를 찾긴 어렵지만 과거 그룹의 핵심 계열사나 모태였기 때문에 서울 중심 도심지라는 지리적 위치에 자리잡은 듯 하다"고 말했다.

byj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