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84㎡ 전셋값 3.6억?…강남發 '미친 전셋값' 도미노 확산
세입자간 '계약 전쟁' 심화…취득세 등 법안 불발로 전세수요 가중
- 김정태 기자, 임해중 기자
(서울=뉴스1) 김정태 임해중 기자 = 경기도 분당 야탑동 인근 J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김윤석(44)씨. 회사원인 그는 전셋집이 나왔다는 이 업소 전화를 받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부리나케 달려왔다.
김씨는 "2주전 조건에 맞는 전셋집이 나왔었지만 퇴근까지 계약을 미루다 매물을 놓친 경험이 있다"며 "전셋값도 빠르게 오르고 있고 물건도 없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곧 회사로 복귀해야 한다던 김씨는 이날 장미마을 현대아파트 전용84㎡ 아파트를 전셋값 3억4000만원에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했다. 매물이 나오면 몇 시간 안에 계약이 되다보니 집을 확인하기 전에 미리 계약부터 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19일 찾아본 경기도와 용인 일대에서는 전세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하는 등 세입자간 '계약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공인중개업소 마다 한 달에 2∼3개씩 전세물건이 나오고 있지만 대기자가 줄을 서있어 계약을 둘러싼 세입자간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다. J공인 대표는 "평일의 경우 퇴근 후 계약을 하러 오겠다고 하면 그 사이 매물이 팔려나가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분당을 중심으로 세입자간 계약 경쟁이 심화된 이유는 행정구역상 경기 남부권이지만 실제적으로는 강남생활권에 속한 이 지역으로 잠실 등에서 밀려난 서울 세입자들의 전입이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실제 J중개업소에 대기자로 등록된 고객 중 한명은 올해까지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에 살았었지만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분당에서 전셋집을 찾고 있었다. 2년 전 4억3000만원(전용84㎡)을 오가던 파크리오 전셋값이 올해 들어 6억원까지 치솟으며 생활환경이 비슷한 분당으로 밀려난 것이다.
여기에 분당에서 살고 있던 세입자들의 주거만족도가 높아 수 천 만원 씩 전세금이 올라도 대부분 재계약에 나서고 있어 매물 자체가 부족하다는 게 이 지역 공인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물량은 부족한데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는 늘며 이 지역 전세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분당 정자동 한솔주공 아파트는 한 주간 전셋값이 평균 500만원 이상 씩 올랐다. 김씨가 계약한 장미마을 현대아파트는 올해 초 전셋값이 2억7000만원 사이를 오갔지만 1년도 못돼 7000만원 이상 가격이 뛰어 올랐다.
용인 사정도 비슷했다. 분당생활권인 용인 죽전과 보정동 일대 전셋값은 분당 전셋값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곳도 있다. 용인 기흥구 보정동 죽현마을 동원로얄듀크 84.6㎡의 경우 전세 호가가 3억6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마을 현대아이파크 84.6㎡ 역시 3억5000만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들 아파트의 실제 전셋값도 10월 기준으로 각각 3억4000만원, 3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9월 실거래 매매가격이 각각 4억 4000만~4억7500만원, 3억6000만~4억3200만원임을 감안하면 최고 거래가 기준으로는 전세가율이 각각 71%, 76%에 달하는 것이다.
수지구 상현마을 현대아파트(전용79㎡) 전셋값은 올해 7월 1억8000만∼1억9000만원 사이를 오갔지만 현재는 2억5000만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인근 L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분당 보다 전셋값이 조금 저렴해 분당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용인으로 옮겨오는 경우가 많다"며 "강남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분당과 용인으로 옮겨 붙으며 전세가격도 연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기 남부권으로 전세난이 확산되자 이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부동산 관련법 처리가 지연되다보니 거래만 더 얼어붙어 전세난만 부추기고 있다"며 정쟁으로 점철된 정기국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J공인 대표는 "거래를 살리겠다고 내놓은 취득세 인하 등 부동산대책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매수자들 실망감만 더 짙어졌다"며 "집을 사려고 마음을 먹었던 사람들도 매수 계획을 취소하고 다시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 등 거래 경색만 심화돼 전셋값 상승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haezung22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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