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대책, 전세난 '헛발질'…"시장은 차가웠다"
[답 없는 전세시장下]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근본적 처방
- 임해중 기자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전세난을 잡겠다던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매매활성화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무주택 세입자들의 상실감만 더 커졌다."
9일 강남 일대 공인중개업소를 둘러본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매매거래가 살아나면 전셋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전세시장의 불안은 해소되기는 커녕, 더욱 심화됐다는 것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에다, 월세전환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무주택 서민 부담은 커지는데 정작 이들은 전세대책 대상에서 소외됐다. 정부가 '목돈 안드는 전세'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 제도를 내놨지만 현실과 괴리가 큰 탓에 집주인, 세입자 모두에게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월세전환율 하향조정 역시 임대료 규제에 따른 월세 이중가격 형성 등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환율 하향폭이 크지 않을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기 때문에 생색내기용 정책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을 제대로 보지 않고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무주택서민을 위한 임대주택공급에 주력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입장이다.
◇전월세전환율 조정…양날의 검
정부는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자 전월세전환율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임대차보호법에 14%로 제한된 전환율 상한을 낮춰 세입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전월세전환율이란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했을 때 적용되는 연이율이다. 예컨대, 보증금 5000만원을 월세로 돌릴 때 전환율이 10%라면 연간 임대료는 500만원이 된다. 매달 내야하는 월세는 41만원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안이 자칫 생색내기 정책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이다. 현재 전월세시장에서는 통상적으로 전월세전환율이 6.5∼7.5% 정도 적용된다. 전환율 상한선이 14%에서 10%로 조정된다 해도 세입자들이 느끼는 체감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강남 서초 S공인 대표는 "전환율 상한선을 낮춰도 10%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는 비율보다 3∼4%정도 더 높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상한선이 대폭 낮춰져도 문제다. 월세의 이중가격이 생길 수 있고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대폭 높이게 되면 오히려 임대시장의 왜곡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S공인 대표는 "전환율이 7%대로 떨어지게 되면 당장 월세세입자들 부담은 덜어줄 수 있지만 칼은 집주인이 쥐고 있기 때문에 계약서 가격은 맞춰놓고 실제 월세는 높여 받는 등의 편법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며 "결국 집주인들은 못 받는 월세를 보증금을 높여 보전하기 때문에 세입자들 주거불안만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 "실효성 없다"
정부가 전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놓은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도 집주인들의 기피로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이 지난 달 30일부터 '목돈안드는전세I대출' 상품을 출시했지만 현재까지 대출실적은 전무한 상태다. 이 상품은 재계약 시 인상되는 보증금 상승분을 집주인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구조라 집주인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대출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세난의 근본원인은 수급불균형"이라며 "보증금을 올려도 들어오겠다는 세입자가 줄을 섰는데 집주인이 이 상품을 이용하겠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제도도 임차인들에게 외면 받고 있어 실적이 미진한 상태다.
이 제도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전세보증금 반환을 대한주택보증에서 책임지는 상품이다. 집주인의 인감증명 제출 의무를 폐지하고 임차인과 대한주택보증간 채권양도 계약을 집주인에게 사후 통보하는 방식으로 요건을 간소화했지만 세입자들 참여율은 저조하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 센터장은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확정일자를 받으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배당우선순위를 적용받는 등 보증금을 지킬 방법이 이미 있다"며 "보증금 1억원을 기준으로 월 1만6000원의 보증료를 내야하는 데 임차인 입장에서는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다만 확정일자 효력이 바로 발생하지 않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어 이 제도가 정착된다면 깡통전세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난 근본적 처방은 "임대주택공급 확대 뿐"
전월세불안의 원인이 수급불균형에 있는 만큼, 정부가 임대주택공급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정부가 현실성 없는 전월세대책을 남발하다보니 전월세난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전월세시장 불안이 심화된데는 MB정부에서 임대주택공급을 줄이고 '반값 아파트'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치중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MB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관련 재정을 35.6% 줄인 결과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은 연평균 불과 4만6607가구 늘어나는데 그쳤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전국적으로 영구임대주택 입주대기자수가 6만4000명에 달하는 등 임대주택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임대주택을 먼저 공급한 뒤 매매시장을 견인해야 서민주거 안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공기관 재정여건 상 임대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민간사업자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민간사업자들의 임대사업 참여를 유도하려면 취득세·법인세를 면제해주고 지주가 참여한 임대사업에 대한 기금지원을 신설하는 등 당근이 필요하다"며 "민간과 공공의 균형 잡힌 임대정책을 마련해야만 전월세난을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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