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발목 잡힌 '수직증축'..리모델링 사업장은 '답답'
주택법 개정안 처리 지연..빨라야 내년 5월에나 시행
- 임해중 기자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민주당이 원내복귀를 선언하고 이틀이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아파트 상가에 자리 잡은 리모델링 조합 사무실에는 수직증축 허용 시기를 묻는 주민들 발길이 간간히 이어졌다.
국회정상화라는 소식에 기대를 걸었지만 "국회 일정상 빨라야 11월에나 법안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조합 관계자들 역시 4·1대책 후속 입법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은 올해 안에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모처럼 돌았던 시장 활력이 반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듭되는 국회 파행에 시장은 '피곤'
4년 넘게 이어지던 수직증축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지만 국회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직증축에 희망을 걸었던 리모델링 단지 주민들은 뾰족한 방법 없이 정치권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마른 침만 삼키고 있다.
이들이 주택법 개정안의 국회처리를 기다리는 이유는 사업성 때문이다. 수직증축이 허용되면 일반분양이 가능해져 사업추진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서울과 1기 신도시 등에서 리모델링이 추진 중인 단지는 17개 사업장, 총 1만6582가구로 대부분 막대한 비용 부담에 사업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반분양이 없는 리모델링은 들어가는 공사비 전부를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 가구당 평균 공사비는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로 시공사를 선정한 뒤 바로 확정분담금이 나온다. 재건축과 다르게 일반분양에 따른 수익이 없기 때문에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미리 정해지는 구조다.
사업성 문제로 리모델링이 고사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4·1대책 후속조치에서 리모델링시 최대 3개층 까지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내놨다.
수직증축으로 가구 수를 전체의 15%까지 늘린 뒤 이를 일반분양으로 돌리면 조합원 분담금을 평균 35% 줄일 수 있다. 가구 당 5200만원에서 7000만원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다.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물꼬는 트였는데 정작 민생법안을 처리해야할 국회는 이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강남과 1기 신도시 리모델링 단지 중심으로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전학수 대치2단지 리모델링 조합장은 "수직증축 리모델링 법안 처리가 늦춰지며 분당 등 1기 신도시와 수도권 노후 주거단지의 리모델링 사업이 크게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기 신도시의 리모델링 사업장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분당 정자동 느티마을 3단지와 4단지는 조합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택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며 동의서 징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느티마을 4단지 조합 관계자는 "지금 당장 법안이 처리돼도 당초 정부 계획보다 정책 시행 시기가 3∼4개월 늦어진다"며 "수직증축 허용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정부 정책은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 거세 동의서 징구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급속히 꺾인 기대감..아파트 가격에 반영
민주당이 원내로 복귀했지만 국정원 댓글 사태 이후 여·야간 갈등의 골이 여전해 민생법안 처리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9월 정기국회를 넘기게 되면 일정 상 11월 국회에서나 주택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다.
여·야가 힘겨루기를 제쳐놓고 민생법안 처리에 매진한다 해도 정책 시행까지는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치게 된다. 빨라야 내년 5월 이후에 수직증축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 국회 선진화 법안 등을 둘러싼 민주당과 새누리당 입씨름이 계속되고 있어 이마저도 여의찮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처럼 돌았던 활력도 급속히 꺾이고 있다. 대치2단지 아파트(전용 49㎡)는 4·1대책 이후 가격이 4억5000만원에서 3000만원 오른 4억8000만원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1000만원 하향 조정된 4억7000만원 선에 거래가가 형성됐다.
조합설립 추진 중에 있는 성남시 야탑동 매화마을 2단지(전용 59㎡) 아파트는 부동산 대책 이후 한 달 사이 거래가가 3억원에서 3억3000만원으로 올랐지만 지금은 대책 발표 전인 3억원 수준으로 가격이 원상복귀 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리모델링 수직증축 발표 후 집값이 상승했지만 시장 기대감이 꺾이며 가격이 원상복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책을 내놔도 입법 과정에서 무산되는 일이 비일비재해 불신이 주택가격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사무처장은 "수직증축이 내년 초 허용될 줄 알고 리모델링 추진을 준비하던 단지들은 허탈감만 커졌다"며 "국회가 민생법안 처리를 뒷전으로 미루며 리모델링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현장에서는 시공사와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는 모습이다. 수직증축 허용이 지연되자 대여금 지급을 미루는 등 시공사들이 리모델링 사업에서 일단 손을 때자는 분위기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성동구나 양천구 사업장에서는 10~20년 정도 남은 재건축 연한을 기다리는 게 낫다는 주민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사업지연에 따른 주민 갈등도 커지고 있어 건설사들 입장에서 무턱대고 지원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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