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 아파트 부활…강남에서도 잘 나가네
판상형 설계 거래·분양 모두 인기…내년 이후 공급 줄 듯
- 임해중 기자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1.서울 도곡역 인근 A공인중개소에는 타워팰리스 1차 주상복합 매물이 5개 나왔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매물로 나온 전용 165㎡의 이 아파트 가격은 13억원. 집주인이 한 달 사이 가격을 5000만원 낮췄지만 거래문의 조차 없다. A공인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이 주거 쾌적성이 떨어지는 탑상형 주상복합 아파트를 기피하고 있다"며 "거래 경색 탓에 환금성이 좋지 않아 투자 목적으로 매매에 나서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2.강남역 뒤편에 위치한 서초 우성아파트5차(전용 171㎡) 아파트는 급매로 나왔던 매물이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현재 매매가는 11억원 남짓으로 매물이 모두 팔린 뒤 가격이 소폭 오르고 있다. 인근 L공인 관계자는 "지은지 15년 된 판상형 아파트지만 정주여건이 좋다보니 하루에도 몇 통씩 매매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지역난방이라 관리비 부담도 적어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주택거래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며 이른바 성냥갑아파트로 불리는 판상형 아파트가 인기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수려한 디자인의 탑상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었던 강남권에서도 위상이 역전됐다. 몇 년 전만 해도 탑상형 아파트에 거래가 몰렸지만 요즘은 판상형 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24일 찾아본 강남권 공인중개업소에서도 이 같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탑상형 설계의 주상복합은 매물이 쌓인 반면 판상형 아파트는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판상형 아파트는 동 배치가 ㅡ, ㄱ 자로 한쪽 면을 바라보게 일렬로 배치한 형태다. 단조로운 외관이 단점이지만 전 가구 남향 배치가 가능해 채광과 통풍이 유리하다. 관리비가 적게 들고 발코니 면적 등을 포함해 실사용 면적이 넓다는 게 장점이다.
탑상형은 Y나 ㅁ자처럼 중심부를 축으로 두 개 이상의 가구를 묶어 탑을 쌓듯 짓는 구조다. 다양한 디자인으로 외관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완전한 정남형 확보가 어려워 통풍과 채광이 판상형에 비해 좋지 않다. 더운 여름에는 냉방비 등 관리비가 많이 들고 중간세대는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환기시스템을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A공인 관계자는 "실입주를 원하는 고객들은 타워팰리스보다 지은지 20년 된 대치 선경아파트를 찾고 있다"며 "살기가 편하고 학군도 우수해 시세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에서도 판상형 아파트가 인기다. 지난달 말 평균 3.3대 1의 경쟁률로 1·2순위 청약 마감한 래미안 수지 이스트파크는 전 평형이 판상형으로 설계됐다. 이달 중순 25.6대1의 경쟁률로 1순위 완판 된 래미안 잠원 역시 판상형으로 설계된 84㎡A주택형에 청약수요가 몰렸다. 이 타입 청약경쟁률은 51.4대 1로 평균 경쟁률의 2배를 웃돌았다.
성냥갑아파트 인기가 분양으로 이어지다보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도 판상형 비율을 높이는 추세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설계변경을 통해 93개동 중 판상형 비율을 50%까지 늘렸다. 기존 설계안은 총 80개동 중 판상형 비율이 12.5%에 불과했다.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 역시 전체 85개동 중 판상형이 58개동, 탑상형은 27개동으로 구성됐다. 전체물량 중 각각 68%, 32%를 차지하는 것으로 판상형 비율이 탑상형 보다 2배 이상 높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 센터장은 "최근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을 중심으로 판상형 비율을 높이는 추세"라며 "판상형 아파트는 탑상형에 비해 건축비가 덜 들어 분양가가 저렴하고 수요자들에게 인기도 좋아 일반분양 리스크가 낮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 2월 경관심의제도가 시행되면 판상형 아파트 공급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경관심의제는 건축물이 주변과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이나 건축물 배치, 스카이라인 등을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다. 성냥갑아파트를 줄이고 탑상형 등 평형 다양화를 꾀하기 위해 도입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도시미관 훼손을 우려한 정부가 성냥갑아파트 공급 제동에 나선만큼 판상형과 탑상형을 혼합한 새로운 평면 개발이 필요하다"며 "판상형은 한 쪽 방향으로만 동을 배치하다보니 용적률을 다 쓰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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