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조 용산개발, 첫삽 못뜨고 6년만에 백지화…수조원 소송전 예고

코레일, 토지대금 1조 상환 후 부지 등기이전 추진
사업주체 '드림허브' 지위 박탈 후 용산사업도 파산
토지이전까지 시간 남아 사업 재추진 실낱 희망도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News1

총 사업비 31조원으로 단군이래 최대규모의 개발사업이던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가 결국 파산을 맞게 됐다. 코레일은 이날 그동안 토지대금으로 받았던 대금 중 잔금 1조원을 갚고 사업을 청산할 방침이다. 이로써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2007년 사업자 선정 이후 6년여만에 첫 삽도 못 뜨고 백지화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다만 코레일이 사업의 최종 파산을 의미하는 사업시행자 '드림허브'로부터 용산철도기지창 부지를 되찾아오는 토지 등기이전을 완료하기까지는 2주 가량 걸려, 이 기간 동안 용산개발사업을 재추진할 경우 극적 회생을 모색할 실낱같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은 용산개발사업 토지대금으로 받았던 자산유동화증권(ABS) 1조197억원을 금융회사에게 상환한다. 이렇게 되면 용산개발사업은 최종 파산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용산개발사업의 주체인 드림허브가 사업자 자격을 잃어 프로젝트도 청산될 수밖에 없어서다. 도시개발법 11조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개발지역의 국공유지를 제외한 토지 면적의 3분의 2이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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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드림허브는 국공유지를 제외한 용산개발사업의 토지 면적 중 85%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코레일이 올 3월 사업 디폴트 이후 4월11일과 6월7일 토지대금을 각각 5470억원, 8500억원 상환, 토지소유권을 되찾아오자 67.2%만 갖고 있었다. 사업권 유지의 최소 조건인 토지 면적의 3분의 2인 66.7%를 간신히 넘긴 것이다.

하지만 이날 코레일이 최종 잔금 1조197억원을 금융권에게 상환하면서 드림허브의 용산개발사업 부지의 소유비율은 59.6%로 '마지노선'인 66.7%를 밑돌게 된다. 프로젝트를 끌고 갈 주체인 드림허브가 사업자로서 법적 지위를 상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최종 파산되는 구조다.

코레일 관계자는 "그동안 이해관계가 복잡해 사업 진행이 어려웠고 올 3월 디폴트까지 나자 청산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로써 사업 무산에 책임을 둘러싼 코레일과 민간출자회사간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용산개발사업은 법적으로 아직 최종 청산된 건 아니다. 이날 코레일이 토지대금으로 받은 2조2167억원 중 잔금인 1조197억원을 갚으면서 토지의 등기이전을 마치지 않았기 때문. 코레일은 등기이전을 위한 준비 과정을 거치는데 10~15일 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등기이전 전까지는 토지의 소유권자는 드림허브다. 따라서 아직 드림허브의 용산개발사업 부지 소유 비율은 67.2%로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코레일이 공석상태인 사장이 새로 선임될 때까지 이번 토지대금 잔금 1조197억원을 상환하되, 등기이전을 잠시 미루고 신임 사장에게 사업의 전면 재검토 결정 권한을 남겨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코레일 내부에서도 이같은 주장에 동요하기도 한다. 코레일 내부 관계자는 "토지 소유권 이전을 늦추는 건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으며 코레일의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이므로 신임 사장이 판단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코레일의 움직임을 본 뒤 용산개발사업의 지구지정 해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구지정이 해제되면 그동안 묶였던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도 풀린다. 하지만 앞으로 용산개발사업 파산을 둘러싼 투자자들간 소송전이 진행되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곳의 개발은 장기간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코레일이 잔금을 납부하면 내부적으로 검토를 거쳐 도시개발구역지정 해제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현행 도시개발법상 구역해제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기에 별도 심의없이도 구역해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은 용산개발사업의 최대주주이자 땅 주인이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2007년 8월 사업자 공모를 시작하면서 진행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업성 악화가 이어졌고,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민간출자회사간 이견으로 난항을 겪었다. 이 때문에 자금난을 겪어오던 드림허브는 올 3월 ABCP 이자 52억원을 갚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한 바 있다.

byj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