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야구점퍼에 장갑, 마우스까지…새누리의 '빨간' 회의

"캬바레 온 것 같다"…효과적인 선거 마케팅 vs 과잉사용 지적도

19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인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빨간 야구점퍼를 입고 있다. 책상 위에 이날 지급한 빨간 목도리, 장갑 등이 보인다. 2012.11.19/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대선을 30일 앞두고 새누리당 공식 회의석상이 빨간 물결로 넘실대고 있다.

19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 석상엔 당의 공식 점퍼인 빨간 야구점퍼에 운동화는 물론 새빨간 양복 상의까지 등장했다. 당의 상징색을 적극 활용한 선거 마케팅이지만 과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전체회의는 빨간 소품으로 그야말로 도배가 됐다.

황우여 대표 겸 공동선대위원장,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등 선대위 인사들은 당이 지난 1일 당직자 전원 및 선대위 인사들에게 지급한 새누리당 야구 점퍼를 입고 오전 9시 8층 회의실로 속속 모여들었다.

야구 점퍼는 몸판은 빨강, 팔 부분은 흰색을 사용한 당의 공식 선거운동 점퍼로 왼쪽 가슴에 당명과 당 로고, 등판엔 새누리당을 의미하는 영문 'SNRP'가 적혀있다. 전형적인 야구 점퍼 디자인으로 대학생들이 학교 이름이 새긴 점퍼를 즐겨 입는 것에 착안, '노인당'이라는 비판에서 탈피하고 젊은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4·11 총선에서 당은 붉은 단색 점퍼를 지급했지만,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의 젊은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야구 점퍼를 주문 제작해 입었던 것이 좋은 반응을 얻자 이번 대선을 앞두고 공식 점퍼로 채택됐다.

새누리당과 합당한 선진통일당의 이인제 전 대표, 성완종 전 원내대표도 이날 각각 공동선대위원장, 선대위 공동부위원장 직함을 달고 빨간 점퍼를 걸친 채 첫 회의에 참석했다.

대개 양복 정장에 빨간 점퍼를 껴입은 복장이었지만 60대 초반인 김무성 본부장, 김학송 유세본부장은 빨간 점퍼에 청바지를 입으며 젊음을 과시했다. 김상민 청년본부장은 이 점퍼 안에 빨간 후드티를 '레이어드'했고, 강요식 SNS소통자문위원장은 무릎 부분이 '워싱'된 청바지로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특히 심재철 최고위원 겸 선대위 공동부위원장은 점퍼 대신 반짝거리는 빨간 양복 상의에 빨간 넥타이로 좌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회의 참석자들이 자켓에 관심을 나타내자 "동대문에서 샀다"고 귀뜸했다.

당은 이날 회의에서 한사람 한사람에게 빨강 목도리, 장갑, 마우스를 '보급'하기도 했다. 선거가 30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당의 상징색을 적극 활용하고, 선거운동에 전념해달라는 뜻이다.

새누리의 '빨간색 사랑'은 회의 석상 뿐만이 아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당명과 함께 당의 상징색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꾼 것은 가히 혁명적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그 뒤로 포스터 등 선거 유인물은 물론, 당사 회의실이나 브리핑룸 단상도 온통 빨간색 소품이 자리잡고 있다

박근혜 대선 후보는 전날 인천 송도에서 열린 비전선포식에서 빨간 패딩점퍼를 입고 등장해 말춤을 추기도 했다. 이 점퍼는 빨간색 캐주얼 상의가 없던 박 후보가 급하게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당 안팎에서는 대선 국면이 깊어지면서 상징색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것은 어쩔수 없다고 본다. 시선을 사로잡는 빨간색을 활용해 효과적인 선거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과잉 사용으로 눈의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수정당 새누리당의 '레드 컴플렉스'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당장 이날만 해도 당직자 및 당 관계자들은 심재철 부위원장 등의 의상을 두고 "밤무대 의상 같다" "캬바레에 온 것 같다" "삐에로 같다"고 촌평하는가 하면, 빨간색 천지인 풍경에 "눈이 아프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이날도 빨간 점퍼를 입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지난 5일 선대위 회의에서 한 당직자가 점퍼를 나눠주며 입으라고 권하자 "나는 당원이 아니다. 안 입겠다"고 거절했었다.

지난 14일 선대위에 합류한 이배용 의장은 단정한 빨간색 투피스 정장을 입는 것으로 갈음했고,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은 강렬한 채도의 빨간 목도리를 두른 채 야구점퍼는 등받이에 걸어뒀다. 정몽준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자줏빛이 도는 빨간 머플러만 했다.

chach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