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한반도 평화' 재천명…트럼프와 깜짝 회담·韓 세일즈 외교 성과

李대통령 북중미 순방 매듭…대북 3대 청사진·호르무즈 연대 제언
트럼프와 '전작권·조선협력' 공감…한-멕 투자보장협정 타결·CEPA 추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유엔(UN) 총회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9.23 ⓒ 뉴스1 허경 기자

(멕시코시티=뉴스1) 심언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와 멕시코 국빈 방문으로 이어진 북중미 5박 7일 순방 공식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2년 연속 유엔총회 참석으로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공고히 다졌고, 북미 시장 진출의 거점이자 중남미를 잇는 거점 핵심국인 멕시코와 경제 협력을 밀착하는 성과가 눈에 띈다.

무엇보다 대미투자 협상 과정에서 파열음이 불거졌던 한미 관계가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깜짝 양자 회담으로 복원·진전한 모습은 이번 순방의 핵심 장면으로 꼽힌다.

유엔총회서 '호르무즈 연대' 제안…"대북 제재와 북핵·ICBM 교환"

유엔총회 고위급회기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양자 회담으로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세 번째 조우한 양 정상은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한 공급망 협력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및 홍해 봉쇄로 인한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체인 '건설적 기여국 연대'를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아울러 △글로벌 인공지능(AI) 기본사회 △녹색 대전환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위한 연대를 골자로 한 'K-이니셔티브' 3대 비전을 제시해 호응을 얻었다.

북한과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의 단계적 평화 구상인 'E·N·D 이니셔티브'를 보다 구체화해 △포용적 평화·공존 △안정적 평화·공존 △책임 있는 평화·공존 등 한반도 평화 3대 청사진도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를 '폐기'로 언급했으나 올해는 '핵 없는 한반도'로 표현한 점도 눈에 띄었다.

유엔총회 계기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는 "별다른 실효성이 없는 대북 제재와 추가적인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동결을 맞바꾸는 것은 상당한 가치가 있다"는 발언은 북미 대화 지원과 더불어 남북 관계 개선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다만 북핵을 실질적으로 용인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9.23 ⓒ 뉴스1 허경 기자
트럼프와 깜짝 30분 회담…골프 회동 기약하며 '전작권·조선협력' 논의

대미투자 협상이 막판 교착에 빠지면서 이번 유엔총회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 기대감은 낮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엔총회 전후로 정상회담을 갖는 상황에서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한국 패싱' 비판도 예상됐다.

유엔총회 고위급회기 시작 직전 대미투자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조성됐지만 물리적으로 양 정상 일정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한 유엔총회 참석 정상들 환영 리셉션 만찬 전 30분간 한미 정상이 마주 앉으며 굳건한 한미 관계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 대통령과 마주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마디는 "아름다운 영부인은 잘 계시냐"였다. 이어 "골프 한번 해야 하는데"라고 말을 이어갔다고 한다. 회담 막바지에도 오는 12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일정을 언급하며 '마이애미에서 골프를 함께하면 좋겠다'는 취지의 대화가 다시 오갔다고 한다.

가벼운 대화로 화기애애하게 시작된 정상회담에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한미 조선 협력에 관한 문제가 화두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며 빠른 협의 진전을 강조, 미국 내부의 절차도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 차원의 협의에 머물렀던 전작권 환수 문제를 한미 정상이 직접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핵추진잠수함과 원자력 협정 등 공전하던 양국 현안들 역시 대미투자 협상 타결로 물꼬가 트이며 후속 협의 가속화에 뜻을 모았다고 한다. 향후 실무진을 중심으로 후속 협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 영빈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서로 바라보고 있다. 2026.9.25 ⓒ 뉴스1 허경 기자
7년만에 한-멕시코 투자보장협정 개정…"무역협정 필요"

미국 일정을 마무리한 이 대통령은 북미 시장 관문이자 중남미 최대 시장인 멕시코를 국빈 방문해 세일즈 외교에 돌입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멕시코 양국은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타결을 이끌어냈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보호 규정 조약으로, 우리 투자자의 투자 회수 및 손실 보상 등에 관한 실질적 권리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멕시코 진출이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산업·자원과 AI, 국방·우주, 문화·관광 등 분야에서 총 17건의 양해각서(MOU) 및 협력 문건 체결도 두드러진 성과다. 우선 '경제 및 산업·자원 협력 이니셔티브'를 통해 국장급 공동위원회를 설치하고 실무그룹을 운영하기로 했고, 광물자원 공급망 전반에 관한 협력에 뜻을 모았다.

한국수출입은행과 멕시코 대외무역개발은행은 1억 달러 규모의 신규 전대금융 한도를 설정하고, 관세 장벽을 낮추기 위한 실무그룹 논의를 진행키로 한 점도 우리 기업의 진출 가속화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FA-50 등 방산과 항공우주 분야 협력, K-콘텐츠를 비롯한 문화·관광 분야 교류 확대를 위한 MOU와 민간 차원의 협력도 이 대통령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멕시코 무역협정 체결 필요성을 수 차례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한-멕시코의 무역협정은 양국의 경제 협력을 한 단계 더 고도화하는 견고한 기반이 될 것"이라면서 "양국 정부가 관련 논의를 조속히 재개하여 호혜적인 협력 기반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로 멕시코 내 우리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멕시코 측도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면적 FTA 체결까지 여러 난관이 큰 만큼 그보다 수위는 낮지만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 무역협정이라고 하는 것은 무역, 투자, 산업, 공급망 협력 등 경제 협력 추진을 위한 포괄적인 경제 동반자 협정, 즉 CEPA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멕시코 국빈 방문과 관련 "일련의 성과들을 통해 우리의 중남미 최대 교역·투자 대상국인 멕시코와 글로벌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더욱 심화하는 계기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한-멕시코 비즈니스 포럼과 K-엑스포 현장 시찰, 스트레이키즈 콘서트 격려 방문 등으로 멕시코 국빈 방문 일정을 매듭짓고 오는 27일 귀국할 전망이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