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기다리게 할 순 없다"…7년째 논의 멈춘 '미프진' 총대 멘 韓총리
미프진 7년 제도 공백에 정부 사과 주장…"내가 책임지고 진행"
李 문제 제기 뒤 관계부처에 속도 주문…여성·약자 현안 적극 행보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여성 건강 부분에 있어서 정부가 7년간 방치한 부분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을 두고 야당 의원과 공방을 벌이다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이 건은 제가 책임지고 진행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책임 있는 어른들이 젊은 여성들, 혹은 이 부분에 문제가 되는 여성들을 위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총리는 미프진 도입 방침이 공식화되기 전부터 비공개 회의에서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대책 마련을 서두르라고 주문했다. 사회적으로 찬반이 첨예하더라도 오랜 논쟁을 이유로 정부가 다시 결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정부 관계자는 "총리가 이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챙겼다"며 "부처 간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자 직접 총대를 메고 신속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미프진 문제가 정부의 정책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오른 것은 지난 7월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 의약품이 제도권 밖에서 유통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를 그대로 두는 것은 정부가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한 총리도 관계부처가 함께 논의해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총리실을 중심으로 성평등부와 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가 구체적인 도입 방식 검토에 들어갔다.
한 총리는 이 과정에서 여성 건강과 안전을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논의가 다시 장기화하는 데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대정부질문에서도 야당 의원이 법제화 이후 도입해도 늦지 않는다는 취지로 지적하자 한 총리는 "약국에서 아무나 사서 아무 때나 먹고 이런 절차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사의 진료를 거치고 이후에도 관찰하는 "아주 보수적인 단계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틀 뒤인 16일 한 총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고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임신 9주 이하에 미프진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되 초기 2년 동안 병원에서 의사가 처방과 조제를 맡도록 했다. 이후 안전성과 제반 여건 등을 살펴 의사 처방 후 약국에서 조제하는 방식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에 정부가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한 총리는 "아직도 제도적 공백이 이어지면서 일부 여성들은 위험한 방법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프진 도입이 임신중지를 권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한 총리는 "생명의 가치에 대한 우려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의 메시지는 회의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그는 같은 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논쟁이 길었다고 안전을 더 기다리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성과 아동, 취약계층 등과 관련한 현안에서 한 총리가 직접 대응을 주문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 제주 여성 실종 사건 당시에는 경찰의 부실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실종자 가족을 향한 장난전화와 가짜뉴스 등 2차 가해에 엄정 대응할 것을 주문한 데 이어 경찰의 부실한 사건 처리가 드러나자 전국 실종사건 전수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한 총리는 "경찰이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부당·불법 처리 사례가 확인될 경우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국회에서도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동 돌봄 현장도 잇달아 찾았다. 한 총리는 지역아동센터와 초등학교 등을 찾아 "부모님들께는 언제라도 아이들을 맡길 수 있고, 아이들에게는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돌봄 지원 체계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학교가 문을 닫는 방학 기간에도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부처에 촘촘한 지원체계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여성이나 아동, 취약계층과 관련한 문제는 총리가 직접 챙기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안은 부처에 진행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속도를 내라고 적극 지시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미프진 도입을 위해서는 관련 입법과 제도 정비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한 총리는 관계부처에 필요한 입법과 제도 정비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immu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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