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호르무즈 '건설적 기여국 연대' 제안…"북미대화 온 힘"(종합)

유엔총회 기조연설…"역량·의지 갖춘 나라 먼저 손 맞잡자"
"국제무대서 北과 협력 길 열리길…소통채널 복원해 신뢰 쌓아야"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9.23 ⓒ 뉴스1 허경 기자

(뉴욕=뉴스1) 한재준 심언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유엔(UN)총회 고위급 회기에서 호르무즈 해협 및 홍해 봉쇄로 인한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체인 '건설적 기여국 연대'를 제안했다.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해 북한과의 소통 채널 복원과 국제무대에서의 협력을 추진해 북미대화를 여는 데 페이스메이커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의 연대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이 유엔 정신을 복원하고 세계를 다시 연결하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담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네팔의 빙하 홍수,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 호르무즈 해협 긴장 상황 등을 언급하며 "오늘의 유엔은 전쟁과 빈곤, 재난으로부터 과연 인류를 구하고 있는가. 평화를 지키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우리 대한민국은 문화 영역에서 확인한 공감과 연대의 힘을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는 힘으로 확장해 나가려고 한다"라며 △글로벌 인공지능(AI) 기본사회 △녹색 대전환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위한 연대를 골자로 한 'K-이니셔티브' 3대 비전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호르무즈와 홍해 해상 봉쇄에 대해 "에너지와 물류의 핵심 통로가 무기화될 때 세계인의 일상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지 보여줬다"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연대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국제 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은 국제법이 보장하는 권리이자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기반"이라며 "상선을 공격하고, 선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9.23 ⓒ 뉴스1 허경 기자

이 대통령은 "지금 필요하고 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할 역량과 의지를 갖춘 나라들이 먼저 손을 맞잡고 협력의 공간을 넓혀가는 것"이라며 "저는 이를 '건설적 기여국 연대'라고 부르고자 한다"고 제안했다.

의지와 역량을 갖춘 공급망 핵심국들을 중심으로 우선 구성한 뒤, 동참 희망 국가들로 순차 확장해 가는 유연한 형태의 국제 공급망 협력체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기구나 배타적 그룹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의 국제질서와 유엔의 기능을 존중하면서 각국이 각자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유연하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협력하고,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따로 또 같이' 만들어 낸 협력의 성과가 축적될 때 지정학적 경쟁과 교착, 분절을 넘어 다자주의에 대한 신뢰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유엔 역시 변해야 한다"면서 "조직과 사업의 중복을 줄이고, 의사결정은 더 신속하게, 한정된 자원은 가장 절실한 현장에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유엔 80 이니셔티브'와 안보리 개혁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며 "대한민국은 평화, 개발, 인권이라는 유엔의 3대 축 전반에 걸쳐 세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9.23 ⓒ 뉴스1 허경 기자
한반도 평화공존 3대 청사진 제시…"북미대화 여는 데 온 힘"

이 대통령은 이날 △포용적 평화공존 △안정적 평화공존 △책임 있는 평화 공존 등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3대 청사진도 제시했다.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선언한 북한과의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의 단계적 평화 구상인 'E·N·D 이니셔티브'를 구체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대통령은 "남북 간 상호 체제를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협력을 통한 공동 성장을 모색해 나가겠다"며 "국제무대에서도 북측을 존중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 나가겠다. 보건·재난·기후위기 등 국제사회 차원에서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위기를 방지하고, 갈등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가겠다"라며 "기본적인 소통 채널부터 복원하며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이 안정적인 평화 공존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한반도의 오래된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라며 "다행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어렵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북미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멈춰있던 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고,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 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로서 대화의 길을 열고, 또 이어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과정에서 우선 북측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축소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을 재확인했다. 지난해에는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를 '폐기'로 언급했으나 올해는 '핵 없는 한반도'로 표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9.23 ⓒ 뉴스1 허경 기자

이 대통령은 "유엔, 그리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온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번에도 책임 있고 건설적인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며 "평화공존의 한반도를 향해, '모두를 위해 성과를 내는 유엔'의 미래를 향해 대한민국이 맨 앞에서 담대하게 전진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짙은 감색 정장에 짙은 초록색에 흰색 줄무늬의 넥타이를 착용하고 연설에 나섰다. 세계 각국과의 균형과 조화, 평화를 상징하는 초록색 넥타이를 통해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파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