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제청 요청"으로 공 넘긴 靑…대법 움직임 예의주시 속 추가 대응 준비

'李대통령 패싱' 서면 제청에 맞불…대법원장 결정에 전면전 기로
"행정적 결정·결재 의미인 반려 아냐"…시나리오별 대응책 검토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조희대 대법원장 모습.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서면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이재명 대통령 패싱에 청와대가 1987년 헌법 체제 이후 처음으로 재제청 요구로 맞불을 놓자, 법조계에선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무력화했다는 불만이 분출하고 위헌 비판과 함께 강경 대응 목소리까지 나온다.

일단 대법관 후보자 제청과 관련한 공은 다시 사법부에 넘어간 모양새다. 청와대는 사법부의 대응을 지켜보며 수위 여하에 따른 후속 대응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지난 28일 조 대법원장을 향해 "손봉기 후보자에 대한 재제청 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반려' 대신 '재제청 요청'으로 표현하면서 대법원장 제청권 논란으로 확산하는 데 선을 긋는 모습이다. 대통령의 최종 임명권에 방점을 찍으며 대법원장과의 권한 다툼 소지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용어 선택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재제청을 요청한 것은 행정적 결정이나 결재의 의미인 '반려'와는 다르다"고 했다.

그럼에도 사법부는 격앙된 분위기다. 대법원장 제청을 사실상 반려한 것으로, 이 대통령 입맛에 맞는 특정 법관에 대한 제청을 압박한다는 반발이 상당하다. 법조계 일각에선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다만 이 경우 사법부와 행정부가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로, 조 대법원장이 져야 할 부담도 상당할 전망이다. 향후 대법관 추천때마다 동일한 절차가 반복되면서 재판 지연에 따른 책임론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대법원과 헌재가 사법부 최고 권위 기관을 두고 미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상황에서, 대법원장이 헌재 판단을 받는 모양새에 대한 거부감도 법원 내에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조 대법원장과 대법원이 1987년 헌법 체제 이후 초유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에 어떤 대응을 하든 간에 그 후폭풍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일단 청와대는 기존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했던 4명의 후보자 중 다른 한명을 제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현행 법원조직법 상 추천위를 새로 꾸려 완전히 다른 후보군을 선정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청와대는 △손봉기 후보자 재제청 △재제청 수용 및 기존 후보군 중 다른 후보자 제청 △재제청 수용 및 추천위 절차 원점 재시작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다양한 시나리오별 상황을 상정해 대응책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많은 법률적 검토를 꼼꼼히 했다"며 "일단은 사법부의 반응을 지켜봐야 한닥"고 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