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개혁·부동산 뒷수습 나선 李정부…여론 악화에 보완 잇따라

형소법 시행 앞두고 후속 대책 마련…정책 발표 보완·재검토 이어져
ISA 개편안은 발표 뒤 전면 재검토…부처 간 이견엔 "협의 잘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법무부, 국무조정실, 법제처, 인사혁신처 2차 업무보고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8.5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이재명 정부가 검찰개혁·부동산 공급·세제 개편안 등 주요 국정 현안의 큰 방향을 정한 뒤 후속 설계와 보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대책을 내놓은 뒤 시장·여론의 반응을 확인해 재검토에 들어가거나,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는 등 정책 발표 이후에도 손질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주요 정책의 방향을 정한 뒤 실제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점검하고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는 데 잇따라 주문을 내리고 있다. 현장 혼선과 시장 반응 등을 보고받고 정책의 세부 내용과 후속 대책을 다시 점검하는 방식이다.

검찰개혁 후속 논의 본격화…부처 간 이견엔 "협의 잘하라"

형사사법 분야에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후속 법안·시행령 준비를 비롯한 범죄 피해자 보호 강화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수십 년 동안 해왔던 제도를 통째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마찰이 있고, 적응하고 맞춰가는 시간과 비용·노력이 필요하다"며 "지금 생길 수 있는 모든 문제를 최대한 끌어내고 거기에 대한 대비 방안을 최대한 강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특히 경찰에 수사·사건 종결 권한이 확대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 암장 우려와 검경 합동수사본부 운영 방식 등을 놓고 후속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같은 시행 과정의 우려를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제도 설계와 입법은 국회와 관계 부처의 후속 논의를 통해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법무부, 국무조정실, 법제처, 인사혁신처 2차 업무보고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8.5 ⓒ 뉴스1 허경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기존 검경 합수본 운영의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취지로 보고한 반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소청·중수청·경찰이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합동수사 체계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부처 간 시각차도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업무보고 당시 두 장관이 이견을 이어가는 것을 겨냥, "원래 친하지 않았느냐. 사이가 나빠졌나 본데 협의를 잘하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과 관련해서도 이 대통령이 만류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정 장관에게 교정시설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잘하시고, 잘 버티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는 10월 공소청 출범 등을 앞두고 법무부의 후속 작업을 차질 없이 준비해달라는 당부로 풀이된다.

부동산·세제도 후속 조율…ISA는 발표 뒤 전면 재검토 지시

부동산 공급 대책 역시 정책 방향을 구체화하는 단계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1차 부동산 정책 점검회의를, 나흘 뒤인 7일에는 2차 회의를 잇달아 주재했다. 두 회의에 소요된 시간만 13시간 30분이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13일 신규 공급과 금융 대책을 담은 종합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기존 사고방식에 매달리지 말고 전환적으로 판단해서 과감히 생각하고 실천하라"고 주문했다. 다만 후보지 가운데 일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필요한 만큼 최종 공급 대상과 물량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세제 개편 과정에서는 정책 발표 직후 일부 내용에 대한 보완 논의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참모들과의 상황점검회의에서 최근 발표된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시장 반응과 투자자들의 우려를 보고받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개편과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 등을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초고가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를 중심으로 부동산 세 부담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서울 임대차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접 거주를 선택할 경우 기존 세입자들의 퇴거 요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사진은 9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는 모습. ⓒ 뉴스1 이호윤 기자

이 대통령은 ISA 개편안과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부작용 우려에 공감하면서 "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고 질타하며 재검토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ISA·주가누르기 방지 개편안과 관련해 국민 의견을 반영한 개선안을 마련 중이며 국회와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한 뒤 시장과 여론의 반응을 확인하고 내용을 다시 조정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혼선이 커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결국 드러난 것은 대통령도, 청와대도, 정부도 발표 전에 정책의 파장과 부작용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일단 지르고 반발하면 고치는 선 발표, 후 번복의 아마추어 행태에 국민과 시장만 피멍이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8월 말 정도 개편안이 정리될 가능성이 있어 그전에라도 입장이 완전하게 정리되는 것은 당정이 조율해 국회에 제출할 때, 그 전에 정리를 하겠다"며 "부동산 공급 또는 이를 위한 금융 지원 방안은 후속으로 곧 정부가 어느 정도 논의해 발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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